서울 핵안보정상회의(NSS)에 참가하는 47개국 정상 모두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특히 주목받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이다. 불법적인 핵 확산의 진원지로 꼽히는 북한 핵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핵 테러 방지의 핵심적 실천 방안을 도출해야 하는 긴박감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3개국은 특히 북한에 급변사태가 벌어질 경우, 핵물질의 도난 혹은 의도적인 유출에도 대비해야 한다.
북한의 급변사태는 중국으로선 정치 군사적으로 예상하기 싫은 일이다. 북한 주민이 대거 탈출해 국경을 넘거나 군사무기를 밀거래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급작스러운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김정은 체제를 인정한 것도 이를 감안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정치적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북한 내 핵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할 방안을 제시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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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딜레마 빠진 일본
일본은 세계에1서 유일하게 핵무기 공격을 당한 국가여서 핵 테러에 가장 민감하다. 더구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면서 원전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된 상황. 핵 테러로 인한 원전 사고에도 위기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53기에 달하는 원전에 대한 안전성부터 재검토해야 하는 긴박한 과제를 안고 있다. 또 한 가지 고민은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원전을 어떤 전력으로 대체할 것인가다. 에너지 수입국인 일본은 전체 전력의 24%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어 원전 가동으로 발생한 고농도 핵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 기로에 선 한국
2030년까지 80기의 원자로 수출을 목표로 하면서 원자력 산업 측면에서 미국 프랑스 등 기존 원전 강대국을 앞지르고 있다. 이번 핵안보정상회의는 한국의 첨단 원자력 기술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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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묵 기자 mook@donga.com
▼ 핵 안보 실무적 문제 꼼꼼히 검토,답보상태 핵과제 해결한다 ▼
핵 테러 방지를 위한 아이디어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이미 제안한 적이 있다.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제재 방안이 그것. 이것은 이라크전쟁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와 전혀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미국 주도의 단독 돌파형이었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핵안보정상회의(NSS)는 47개국 정상이 함께 참여하는 국제적 연대의 성격이라는 점에 큰 차이가 있다. 핵 테러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과거보다 확대하고 정상회의 성격상 보다 큰 결정을 내리는 데 신속하고 효과적이라는 장점을 겨냥한 것이다. 또한 각국의 정상뿐 아니라 유엔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유럽연합(EU) 등 국제기구를 참여시킴으로써 구체적인 실행능력 또한 갖추게 된다는 점이 차이다. 이라크전쟁의 빌미가 되었던 WMD를 발견하지 못한 미국으로서는 국제적인 지지와 함께 위협감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선회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서울 NSS는 각국이 구체적 실천 방안을 도출하는 실무적 회의 성격도 띠고 있다. 정상들이 회담을 하기에 앞서 각국 정부가 핵 안보와 관련된 각종 실무적 문제들을 빠짐없이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답보 상태에 있던 핵 안보 과제나 공조체제의 허점을 보완하는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번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한미공조를 보다 확고히 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개발로 한미동맹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세계적 운동을 선도해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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