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대입에 인성평가 반영…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인성 내용 기록
정부가 최근 인성(人性) 평가를 대입에 반영하는 내용을 담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올해 실시되는 2013학년도 대입부터 ‘인성’이 합격을 좌우할 수 있는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가 6일 발표한 학교폭력대책에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인성평가를 기록하고 자기소개서 공통양식에 인성항목을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주요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이번 정부방침에 따라 학생을 평가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인성항목은 이미 학업능력 외에 학생의 잠재력과 사회적 소통능력 등을 종합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전형의 주요 평가요소로 반영되어온 까닭이다.
안상헌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경북대 입학사정관)은 “인성항목이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기록되면 입시에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일선 학교가 어떤 인성프로그램을 실시하고 학생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가 중요하게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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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행동 하나하나를 점수화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교내 인성프로그램 △학교축제 △체육대회 △동아리 △봉사활동 등에서 관찰된 학생의 모습을 정성적으로 평가해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교사가 학생부에 인성평가를 기록하는 것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따라서 담임교사가 인성평가에 얼마만큼의 관심을 갖고 어떻게 기록하는지에 따라 학생부의 인성 관련 내용은 학생마다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조효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회장(서울 은광여고 교사)은 “교사가 직접 작성하는 학생부는 학생이 작성하는 자기소개서나 에듀팟 내용보다 대학의 신뢰도가 높다”면서 “교사가 학생부 인성 평가 내용을 ‘교우관계가 원활함’처럼 뭉뚱그려 쓰거나 미사여구로 포장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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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교협 입학지원팀장은 “현재 기존 4개 항목 외에 더 세분된 별도의 인성 항목을 만들기 위해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 “폭행 가해자라도 변화 있으면 좋은 평가 가능”
입학사정관들은 주로 학생부, 추천서, 자기소개서 등을 통한 서류평가와 이 내용을 토대로 한 심층면접으로 인성을 평가한다. 인성평가라고 해서 학생이 쉽게 떠올릴 만한 비교과활동인 봉사활동을 많이 했거나 학생회장이나 동아리부장 등의 직책을 맡아 활동한 경험만으로 높게 평가되진 않는다. △동아리나 학급 등 단체생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수상실적 같은 특별한 성과가 없어도 희생정신을 보여줬는지 △일상생활 속에서 갈등을 극복한 사례 등도 인성을 평가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박정선 연세대 선임입학사정관은 “인성평가에 반영되는 활동이 무엇인지 콕 집어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교내활동이나 일상생활에서 나타난 모습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면서 “인성 관련 ‘스펙’을 쌓기 위해 억지로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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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한양대 입학사정관은 “인성이 뛰어난 학생은 리더십을 갖춘 학생이라고도 볼 수 있다”면서 “많은 사정관이 인성이 뛰어난 학생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보는 편이라 같은 조건이면 인성이 뛰어난 학생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학생부에 폭력을 가한 사실이나 교사 및 친구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다는 기록이 올라있다는 사실만으로 대입 평가에서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속적으로 심각한 학교폭력 등의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 아니라면 인성이 나쁜 학생으로 ‘낙인’을 찍어 평가에서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것.
김수연 경희대 입학사정관은 “입학사정관전형은 겉으로 드러난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평가한다”면서 “한두 차례 실수했어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거나 자신의 단점을 극복한 모습을 보인다면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