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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하태원]주미대사 빠진 공관장 회의

입력 | 2012-02-21 03:00:00


전 세계 180개국에 260여 개의 공관(公館)을 두고 있는 미국은 지난해 2월 사상 처음으로 워싱턴에서 재외 공관장 전체회의를 열었다. 스마트 외교를 골자로 하는 4개년 외교·개발검토보고서(QDDR)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직접 설명하고 위키리크스의 비밀외교전문 유출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중국은 매년 두 달 동안 공관장 회의를 열고 일본도 매년 회의를 소집한다. 북한은 부정기적으로 회의를 연다. 북한 외교관이 대거 귀국하면 비상사태가 난 것으로 보면 된다.

▷1958년 시작돼 1981년 정례화된 한국의 공관장 회의에는 전 세계 120여 개국의 공관장이 참석한다. 한 번에 12억∼15억 원 정도의 예산이 든다. 대사 부부의 왕복 항공료와 숙박비가 대부분이다. 2008년 4월 취임 후 첫 공관장 만찬을 연 이명박 대통령은 “전 세계 대사들이 한꺼번에 이렇게 들어와 있으면 문제가 없을까 걱정”이라며 “외국에서 보면 난리가 난 줄 알겠다”는 농담을 던졌다. 2005년 2월 공관장 부부동반 만찬 때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불참했다. 청와대는 “감기 탓”이라고 해명했지만 사실은 눈 성형수술 부기가 가라앉지 않은 탓이었다.

▷공관장 회의에서 대통령 좌우에는 주미대사와 외교통상부 장관이 앉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2011년 회의 당시 대통령 좌측에는 류우익 주중대사가 앉았고 한덕수 주미대사는 한 다리 건너 김성환 장관 오른편에 앉았다. 당시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한 대사의 얼굴이 굳어지더라”고 회고했다. 한 대사는 올해 회의 참석차 지난 주초 귀국했지만 갑자기 무역협회장에 추대되면서 그의 자리는 공석(空席)이 됐다. 주미대사 교체가 무역협회장의 후속 인사처럼 돼 버리는 바람에 뒷말이 많다.

▷올해 헤드 테이블에는 중-러-일 대사, 유엔 대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외에 홍일점 여성 대사인 박동원 주파라과이 대사가 앉는다. 장관 딸 특채 파문, 씨앤케이(CNK) 주가조작사건, 상하이 스캔들 등으로 외교부 전체가 패닉에 빠진 상태에서 20∼24일 열리는 공관장 회의는 ‘검소’가 키워드다. 다섯 차례의 점심 중 두 번은 청사 구내식당, 두 번은 도시락이다. 대통령 만찬은 사라졌고 연탄배달 봉사활동과 탈북자 정착시설 하나원 방문 일정이 들어갔다.

하 태 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