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성 경제부 차장
박 시장은 고밀도 재개발·재건축을 반대해왔고, 뉴타운에 대해선 “위헌 소지가 있다”고까지 말할 정도로 부정적이었다. 그의 참모진에는 좌파적 성향을 가진 인사가 다수 포진해 있다. 특히 박 시장 취임 이후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서울시 부동산정책에는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박 시장의 정책을 다듬고 조언하는 희망서울정책자문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지난달 말까지 활동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권에서 부동산정책을 주도한 핵심 인사 중 한 명이다. 그가 추진했던 노 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의 근간은 강남 부동산시장 때려잡기였고, 다양한 수단을 통한 강남 재건축 억제였다. 김 교수가 2005년 대통령국민경제비서관으로 실무 총책임을 맡아 만들었던 ‘8·31 부동산 종합대책’은 발표 당시 ‘부동산 규제의 종합선물세트’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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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벌어지고 있는 부동산정책을 둘러싼 국토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노 정부 시절에도 똑같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당시 중앙정부 부동산정책은 국토부의 전신인 건설교통부가 맡았다. 그래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건교부와 서울시’를 입력한 뒤 나타나는 기사제목들과 ‘국토부와 서울시’를 입력했을 때 보이는 기사 제목을 비교해 보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건교부(국토부)-서울시 또 충돌’ ‘서울시·건교부(국토부) 주택정책 소 닭 보듯…혼선 부채질’ 같은 제목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내용은 지금과 다르다. 공수(攻守)가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노 정부 시절에는 중앙정부인 건교부가 재건축을 반대하며 각종 규제를 만들었고, 서울시는 재건축 활성화를 요구했다. 지금은 정반대다.
시장의 반응은 중앙정부의 바람과는 반대로 움직였다는 점에서 같다. 노 정부 시절에는 강남 재건축아파트 값이 지칠 줄 모르고 올랐다. 당시 실무를 책임졌던 김 비서관은 노 정권 막판에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현재는 강남 재건축아파트 값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또 누군가는 사과성명을 내야 할지 모른다.
뒤바뀐 공수에 어느 한쪽은 반격의 기회를 얻었다며 즐거워할 수 있다.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결말을 꿈꾸며 반격을 준비할 것이다. 하지만 양측이 절대로 잊어선 안 될 것이 있다. 계속되는 정책 혼란은 서민들에게 고통만을 준다는 사실이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권력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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