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여서 아름답다. 농구에선 종료 0.1초를 남기고 던진 공이 림을 통과해 버저비터(휘슬이 울리기 직전의 결승골)가 된다. 축구에선 정규시간이 끝난 뒤 인저리 타임에 나온 그림 같은 시저스 킥이 골네트를 가른다. 이런 짜릿함 때문에 스포츠가 사랑받는 것이다. 승리의 감격으로 환호하는 이 순간을 위해 선수들은 혼신을 다해 기술을 연마하고 동료들과 호흡을 맞춘다.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스포츠팬이 오늘은 어떤 명승부가 펼쳐질지 설레는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고 아쉽게 패한 선수들과 함께 눈물을 삼킨다.
공정한 규칙 속에서 최고의 기량을 겨뤄야 할 프로 스포츠가 승부 조작 파문으로 멍들고 있다.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 조작 사건이 밝혀진 데 이어 프로배구 프로야구 선수들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 프로농구 역시 승부 조작이 있었다는 관련자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경정(競艇)에서도 검은돈이 오갔다. 스포츠에서 각본을 쓰는 음험한 배후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프로 스포츠 승부 조작은 세계적으로 유래가 길다. 경기 결과에 따라 베팅이 벌어지면서 선수들에게 승부 조작을 유혹한다. 세계 최고가 모인다는 이탈리아 프로축구는 2006년 11개 팀이 가담한 승부 조작 사실이 드러나 스페인 리그에 최고의 자리를 내줬다. 꿈의 야구무대라는 미국의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도 1919년 승부 조작이 있었다. 일본도 1960년대 말 야쿠자의 광범위한 승부 개입이 드러났다.
광고 로드중
승부와 경기 조작은 팬들에 대한 배신이자 자해행위다. 한번 떠나간 팬들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다.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땀의 대가가 보상받는 스포츠맨십이 부활해야만 선수들의 부정에 실망해 경기장을 떠나가는 관중을 붙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