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씩 양보 ‘하나’된 두 은행… ‘화학적 결합’ 과제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가 ‘협상 타결’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 앞서 손을 맞잡았다. 왼쪽부터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의 자회사로 편입되지만 앞으로 5년간 은행 명칭을 유지하고 독립경영도 보장받게 됐다. 하나금융은 노조의 반대라는 최대 걸림돌을 넘어 두 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추진하는 과제를 남겨두게 됐다.
○ 앞으로 5년 ‘투 뱅크’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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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동시에 노조는 고용 보장과 급여 유지라는 실리도 얻어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의 인력을 인위적으로 감축하지 않고 현재의 임금체계, 복리후생 제도도 바꾸지 않기로 했다.
외환은행의 점포망도 일단은 현 상태를 유지할 방침이다. 다만, 반경 100m 이내 두 은행의 점포가 함께 있는 40여 개는 시간이 흐른 뒤 이 가운데 경쟁력이 처지는 점포를 인력 구조조정이 없는 한도 내에서 문을 닫기로 했다. 또 합병 이전에 두 은행 인력의 교차발령은 없도록 했지만 하나지주와 외환은행 간의 인력 교류는 가능하도록 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초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면서 물적 자산보다는 인적 자산의 인수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며 “두 은행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한국 금융산업 성장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 시너지 효과 늦게 나타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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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하나금융이 기대했던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다소 늦게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 김 회장은 “자동화기기 등 정보기술(IT) 분야나 신용카드 가맹점 분야는 당장이라도 협력할 수 있다”며 “물리적으로 합치는 것보다는 우선 두 은행 간에 신뢰 기반을 쌓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5년 뒤 합병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조건이 합의돼 있지 않아 향후 양측의 견해차가 다시 불거질 수 있고 합병을 전제로 한 독립경영이 사실상 얼마나 보장될지 의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외환은행의 급여수준이 하나은행보다 다소 높다는 점은 하나은행 직원들이 불만을 품을 요소로 꼽힌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