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둔 만큼 2월 국회는 사실상 교원평가 법제화가 가능한 마지막 기회였다. 교과위 소속 의원들이 합의하지 못해 이 법은 17대 국회에 이어 18대 국회에서도 자동 폐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원평가 법제화가 무산되면 시도별 교원평가가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북교육청은 지난해 교원평가에서 학교마다 학생 만족도 점수 조사를 하지 않고 서술형으로만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대부분의 시도는 평가결과가 현저히 낮은 교사를 연수대상자로 분류했지만 전북은 만족도 점수가 없다며 대상자를 아예 선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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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화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김 교육감의 무혐의 처분 소식이 전해지자 다른 진보교육감 지역에서도 교원평가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교과부는 17일까지 시도교육청의 교원평가 시행계획을 받기로 했는데 광주와 강원은 제출을 미루기로 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감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법제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역 사정을 고려할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며 “전북에서의 무혐의 처분은 평가 방법의 자율성을 허용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교원평가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법안이 다 만들어져 있는데 통과시키지 않는 것은 국회의원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한다. 이번 개정안은 2008년 11월에 여야 의원 3명이 각각 발의했다.
평가 결과를 인사와 연계시킬지가 쟁점이었다. 논의를 거듭한 끝에 민주당이 지난해 7월 “평가 결과를 교사 연수에 활용하는 것으로 한정하자”고 요청하자 한나라당이 받아들여 수정안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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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수명이 다 된 정부와 여당의 힘에 밀려 법제화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는다면 40만 교원의 분노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야당 의원을 압박했다.
한편 교과부와 지식경제부로 분산된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중 18곳을 단일 법인으로 만들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로 이관하는 ‘출연연 개편안’도 사실상 통과가 어려워졌다.
교과위는 14일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야당이 상정 자체를 반대해 논의하지 못했다. 결국 2009년 1월부터 3년 넘게 논의된 출연연 구조개편 작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것이 과학기술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구조개편 작업을 추진한 국과위는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18대 국회 마지막 회기인 5월 임시국회가 남아 있지만 정부와 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에 대해 임기 말 의원들이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출연연 구조개편 작업은 대선 이후 차기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 작업과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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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동아사이언스 기자 edmo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