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취임 한 달을 맞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 대통령에게 “MB(이명박) 정권 4년은 총체적 실정(失政)과 실패, 무능의 극치이며 가장 최악은 부패와 비리”라면서 대(對)국민 사과와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박 위원장에 대해서는 음주운전 사고와 조수석의 관계를 예로 들면서 “조수석에서 이명박 정부를 도운 만큼 모르는 척, 아닌 척 숨지 말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가 통타(痛打)한 내용 중에는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도 있다. 지금 이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짜증을 헤아려보면 가혹한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한 대표가 구사한 표현과 내용에 다소 과격하고 과장된 것이 없지 않지만 총선을 코앞에 둔 제1야당 대표의 발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한 대표가 그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시절 상임중앙위원과 혁신위원장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맡았다. 반면에 박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추대되기 전까지 정부 직과 당직을 전혀 맡지 않았다. 한 대표가 박 위원장에 대해 ‘이 대통령의 조수석에 앉아 있다’고 비유한다면 그 자신은 노 전 대통령과 운전석에서 같이 핸들을 잡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사람이 노 정권의 실정에 대해서는 한마디 반성 없이 어느 날 가마를 바꿔 타고 나타나 현 정권을 몽둥이로 때리니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한 대표와 친노들이 염치를 안다면 겸허한 자성 없이 현 정부와 여당을 향해 삿대질부터 할 일은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의 치적으로 꼽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부정하는 것도 시류에 따라 말을 바꾸는 기회주의적인 처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