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첫 스노 드라이빙 행사
기자가 FF를 만난 곳은 8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아래에 마련된 주행장이었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는 이날 산바람까지 몰아쳐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아래로 뚝 떨어졌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행장 인근에 모여든 인파를 보면서 FF의 유명세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하얀 설원 위에 정차된 짙은 네이비의 FF는 왜건과 쿠페를 결합한 듯 섬세하면서도 관능적인 첫 느낌으로 다가왔다. 기존 페라리 스포츠카 하면 떠오르는 날렵함과는 사뭇 달랐다. 시승 행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빨간색 대신 짙은 네이비를 내세운 것은 패밀리카로도 손색없다는 페라리의 마케팅과 맞닿은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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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에 올라타자 눈 앞에 하얀 빙판길이 아찔하게 느껴졌다. 몸값 높은 차를 빙판길에서 모는 기회가 흔치 않다며 스스로를 격려했다. 시동을 걸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바로 ‘마네티노’라는 주행 기능 버튼을 조작하는 것이다. 페라리의 모든 차량에는 스티어링 휠 옆에 도로 상황에 따라 주행 성능을 조절할 수 있는 마네티노가 있다. FF는 마네티노의 선택 사양이 눈길(Ice), 젖은 노면(Wet), 일상(Comfort), 스포츠 모드 등으로 다양하다.
우선 ‘아이스’에 마네티노 버튼을 두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영하의 날씨에 꽁꽁 얼어버린 빙판이었지만 직선 주행은 물론이고 곡선에서도 좀처럼 옆으로 밀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마치 마법 같았다. 주행코스를 한 바퀴 돈 뒤 ‘젖은 노면’으로 설정을 바꿨다. 코너를 돌 때는 다소 옆으로 밀리는 듯했지만 직선 주행에서는 주행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일상’ 모드로 놓고 가속 페달을 밟자 FF 특유의 엔진음과 함께 차체도 좌우로 크게 쏠렸다. 맨 처음 시도했던 마네티노의 ‘아이스’ 모드가 얼마나 훌륭한 기능인지 절감했다.
FF의 마법이 가능한 것은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전자제어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앞바퀴에는 47%, 뒷바퀴에 53%의 무게 배분을 가능하게 해 엔진의 강력한 힘을 각각의 바퀴에 독립적으로 전달한다. 그러다 보니 어떠한 도로조건에서도 주행상황을 예측해 4바퀴 모두에 최적의 구동력을 배분하는 ‘스마트’한 기능이다.
피오리오 씨는 “FF는 겨울철 눈길뿐 아니라 장마철 빗길, 불안정한 노면 등 모든 조건에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한 4인승 차량으로 사계절이 확실한 한국에 더욱 적합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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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