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곡미술관 ‘BEING - 데비 한’전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해온 시각예술가”라고 자신을 표현하는 데비 한 씨(43). 그는 귀국 이후 서구적 미의 잣대인 비너스의 두상과 펑퍼짐한 한국 여성의 몸을 결합한 ‘여신들’ 시리즈(사진)를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한 시대 아름다움의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꼬집었던 사진작업은 비너스를 모티브로 한 백자, 청자에 이어 동서양 인종의 이목구비가 뒤섞인 브론즈 조각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시에선 ‘나는 누구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등 존재의 뿌리에 대한 질문을 파고든 초기 작업도 볼 수 있다. 낯선 땅에서 겪은 정체성의 혼란에서 비롯된 내면의 고민과 정신세계를 탐구한 작업은 점차 남과 세상을 알고 소통하는 작업으로 확장됐다. 한국의 미대입시 제도를 비판한 ‘지우개 드로잉’, 여성의 미를 소비 대상으로 취급하는 현실을 비판한 ‘스포츠 비너스’ 등이 그것이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