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학들 ‘주거권 공약’ 바람
개강을 앞두고 9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앞 건물 담벼락에 하숙집 자취방 원룸 관련 전단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최근 수도권 대학의 총학생회들은 하숙이나 자취방에 대한 정보를 모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 대학가에 ‘주거권’ 개념 관심
연세대 총학생회 ‘Focus On’은 ‘주거정보조사단’이라는 홈페이지를 8일 열었다. 학교 근처의 하숙집 50여 곳을 조사단 10명이 직접 돌아본 뒤 △가격 △건물 방향, 건축 연도, 학교로부터의 거리 △방 크기, 개인 화장실, 정수기, 텔레비전, 인터넷, 식사 제공 여부, 개인 냉난방 시설에 대한 정보를 올렸다.
총학은 “새 학기에 신촌에서 집을 구하려면 평균 5. 6회를 방문해야 한다. 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충분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수정 주거정보조사단장은 “여름방학에는 자취방과 고시텔까지 조사하는 등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했다.
서강대 총학생회 ‘와락’도 이달 중 주거실태조사단을 꾸려 하숙집과 자취방의 시세, 주거환경, 담합 실태를 조사할 예정이다. 김윤영 부총학생회장은 “싸고 좋은 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주거 문제를 해결하자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 월세에 생활비로 등골 휩니다
이들 총학생회는 지난해 11∼12월 선거 때 ‘주거권을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선출됐다. 대학생들의 주거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 우정부동산 관계자는 “신촌의 자취방이나 하숙집은 월세가 평균 50만 원이다. 여기에 관리비 약 5만 원, 전기료 수도료는 별도”라고 설명했다. 비싼 곳은 월세가 60만∼70만 원으로 올라간다. 원룸 전세는 6000만∼7000만 원이다.
고려대 권용택 씨(25)는 “월세와 생활비를 합쳐 한 달에 100만 원 정도를 쓴다. 자취하는 학생들은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A 씨는 “2인실 기숙사를 월 40만∼50만 원에 살아야 한다면 차라리 하숙을 하는 게 낫다. 비용이 많이 들어 고시원으로 옮기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YMCA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자취 또는 하숙을 하는 대학생 526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5명이 최소 주거 면적기준(14m²·3평) 이하의 좁은 공간에서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시원 학생의 96%는 14m²가 안 되는 공간에서 지내고 있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남윤 인턴기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이지영 인턴기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