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위려농부재리오
이 단락에서의 핵심어는 ‘不爲(려,여)’이다. 이것은 처음에 진상이 허행의 말을 전하여, ‘등有倉(늠,름)府庫(등유창름부고)하니 則是(려,여)民而以自養也(즉시려민이이자양야)니 惡得賢(오득현)이리오’라고 하여, 국가에 곡식 창고와 재물 창고가 있는 것은 백성을 해치는 증좌라고 말했던 논리를 정면으로 분쇄하는 돌쩌귀 같은 역할을 한다.
以粟易械器者는 곡식을 가지고 기계나 용기와 바꾸는 것이란 말로, 者는 하나의 구절을 명사어절로 변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때의 械器는 앞서 나온 釜甑(부증·가마와 시루)과 鐵(철·쇠붙이의 농기구)을 가리킨다. 陶冶는 옹기장이와 대장장이로, 陶는 시루를 만드는 사람, 冶는 가마와 농기구를 만드는 사람이다. 不爲(려,여)陶冶는 옹기장이와 대장장이를 해침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以其械器易粟者는 가마와 시루, 쇠붙이의 농기구 같은 것을 가지고 곡식과 바꾸는 것을 말한다. 豈爲(려,여)農夫哉는 ‘어찌 농부를 해침이 되겠는가’로, 농부를 해침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반어법의 문장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