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믹스’에도 진짜 우유… 고급화 뜨거운 전쟁
커피믹스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솔류블 커피(인스턴트 커피가루 제품)를 누르고 커피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한다. 구조조정 태풍으로 비정규직 인력이 대량 실직하고, 여성의 권리가 급신장하면서 ‘커피 타는 심부름’을 할 직원이 없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로 꼽힌다.
원두시장이 급속히 커지고는 있지만 커피시장의 주류는 여전히 커피믹스다. 국내 전체 커피 소비량의 3분의 2가 커피믹스일 정도다. 최근에는 커피믹스를 둘러싼 기업들의 경쟁도 커피전문점 간의 경쟁 이상으로 뜨겁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동서식품의 ‘맥심’과 한국네슬레가 1987년 내놓은 ‘테이스터스 초이스’라는 브랜드가 최근까지 8 대 2의 비율로 시장을 양분해왔다. 하지만 25년 넘게 이어진 이 같은 시장 구도는 지난해 완전히 허물어졌다.
남양유업은 2010년 12월 ‘프렌치카페 카페믹스’의 판매를 시작하며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 대신 진짜 무지방 우유를 넣은 제품”이라며 공격적 마케팅을 벌였다. 원두커피 시장이 커지며 상대적으로 커피믹스는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한 소비자들에게 ‘진짜 우유를 넣은 커피믹스가 몸에 좋다’는 남양유업의 광고는 호소력 있게 파고들었다. 남양유업의 공세에 불쾌해하며 침묵을 지키던 동서식품은 결국 시장 분위기에 눌려 지난해 5월 커피믹스에 쓰던 카제인나트륨을 천연 카제인으로 바꾸었다.
시장조사업체 AC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대형마트의 커피믹스 월간 판매량에서 남양유업은 14.4%의 점유율로 기존에 2위였던 한국네슬레(4.4%)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동서식품(77.7%)을 뒤쫓고 있다.
○ 국산 커피믹스 ‘커피 韓流’ 바람
한국네슬레도 지난해 충북 청주공장에서 생산한 테이스터스 초이스, 네스카페 등의 제품 1000억 원어치를 30여 개국에 수출했다. 1979년부터 가동한 청주공장은 2002년 10월부터 테이스터스 초이스 브랜드의 모국인 미국으로 역수출을 해오고 있다.
○ 집에서 즐기는 ‘프리미엄 커피’ 인기
동서식품이 지난해 10월 프리미엄 제품인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누(KANU)’를 선보인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에스프레소를 파우더로 만든 이 제품은 스타벅스의 글로벌 히트 상품 ‘비아(VIA)’와 비슷한 제품이다. 카누는 싼값에 커피믹스 대신 원두커피를 즐기려는 이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지난해 말까지 당초 이 회사가 목표했던 60억 원을 크게 초과한 100억 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최근 커피시장의 또 하나의 ‘대박’ 상품은 캡슐커피머신이다. 커피 한 잔 분량으로 개별 포장된 커피를 전용머신에 넣으면 간편하게 고급 에스프레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이 기계는 2007년 말 국내 시장에 들어온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 연간 10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이 시장은 한국네슬레의 자회사 네스프레소가 주도하고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