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 86곳중 78곳 지방대… 서울은 ‘찔끔’ 눈치작전
동아일보가 각 대학이 발표하거나 홈페이지에 공시한 내용, 전화 취재로 확인한 내용 등을 바탕으로 취합한 결과 24일 현재 89개교(본교와 분교는 각각 1개교로 분류) 중 86개교가 등록금을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포항공대 춘천교대 조선대는 등록금을 동결했다. 등록금을 인상했다고 밝힌 대학은 단 1곳도 없었다. 동아일보는 한국장학재단에 등록금 인하 폭을 결정했다고 19일까지 통보한 112개 대학을 포함해 조사했지만 등록금 인하폭을 최종 발표하지 않은 곳은 집계에서 제외했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국가 지원 장학금 규모가 사상 최대 규모인 1조7500억 원으로 책정되면서 장학금 혜택을 받기 위해 등록금을 인하한 대학이 늘고 있다”며 “마감 시한인 27일이 다가오면 등록금을 인하했다고 통보하는 대학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널A 영상] 전국 109개 대학, 작년대비 평균 4.8% 등록금 인하
▼ 서울지역 주요사립대 2% 안팎 인하 ▼
이 중 등록금을 5% 이상 인하한 서울 시내 대학은 서울시립대(50%) 추계예술대(10%) 명지대(5%) 서울여대(5%) 한국예술종합학교(5%) 등 5곳뿐이었다. 고려대 광운대 숙명여대는 각각 2% 인하하는 데 그쳤다. 충북도립대(30%), 강원도립대(20%) 마산대(10%), 인천가톨릭대 송도캠퍼스(9.7%), 한밭대(8.6%), 부산정보대(8.5%) 등 지방대 가운데 5% 이상 인하한 대학이 69곳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수치다.
동아일보 DB
○ 인상 주장 반복하며 확정도 못해
마감 시한이 3일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 대다수는 올해 등록금을 결정하지 못했다. 연세대는 이달 초부터 19일까지 5차례나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열었지만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는 학생 측과 인상을 주장하는 학교가 맞서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학교 측은 올해 경상비 증가를 감안하면 등록금 인하나 동결은 재정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에 등록금 인하 대신 장학금을 확충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희대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한국외국어대 등도 등록금 인상 및 동결을 주장하는 학교 측과 5∼18% 인하를 주장하는 학생 측 의견이 맞서고 있다.
○ 정부·대학 주도권 싸움, 학생에 불똥
정부는 올해부터 등록금 인하 여부, 장학금 확충 노력 등을 기준으로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대학별로 차등화해 국가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대학 평가에 등록금 인하 정도를 반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등록금넷 관계자는 “서울권 대학들은 국가장학금 혜택 때문에 등록금을 인하하게 되면 앞으로 대학 관련 이슈에서 정부에 주도권을 뺏기게 될 거라는 위기의식이 있어 인하를 꺼리고 있는 것”이라며 “서울권 대학에 비해 적립금이 부족한 지방대들은 정부 지원금에 대한 의존도가 커 정부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