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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스마트폰 영화제 중학생 감독 태현석 군 “이 손 안에… 10대들만의 세상 담았어요”

입력 | 2012-01-25 03:00:00

올레 스마트폰 영화제 2회 연속 출품




스마트폰이 없었으면 평범한 중학생이었을 태현석 군은 이제 영화제에 초청받는 번듯한 영화감독이 됐다. 아이폰4를 이용해 촬영한 단편영화 ‘히어로’로 제1회 올레 스마트폰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태 군은 스마트폰을 들고 찍는 아이스하키 영화에 도전할 계획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태현석 군이 영화 촬영에 사용한 아이폰4.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0분짜리 영화 ‘히어로’는 소심하고 ‘찌질한’ 남학생의 이야기다. 학교 ‘일진’의 관심을 받는 여학생을 짝사랑하면서 가슴앓이를 하던 주인공이 같은 반 친구들을 괴롭히던 ‘일진’을 물리치고 여학생을 구한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서울 목운중 3학년 태현석 군, 올해 16세다. 태 군이 감독한 ‘히어로’는 지난해 2월 열린 제1회 올레 스마트폰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당시 출품된 470편의 작품을 만든 감독 중 태 군은 최연소였다. 투박한 촬영, 거친 편집이었지만 심사위원들은 중학생 친구 몇 명이 의기투합해 영화 한 편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영화감독 박찬욱, 박찬경 씨 형제가 100%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화 ‘파란만장’으로 지난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하면서 스마트폰 영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별한 장비가 없어도, 제작비가 충분치 않아도 쉽게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태 군은 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아이폰4로 같은 반 친구 5명과 함께 지난해 1월 약 8일에 걸쳐 영화를 만들었다. 대본 작성에 3일, 촬영에 3일, 편집에 2일이 걸렸다. 영화를 제작할 때 가장 애먹었던 점을 묻자 ‘배우 섭외’란 답이 돌아왔다.

“방학 때 다들 학원 다니고 공부하느라 바빠서 출연하겠다는 친구가 없더라고요. 반 친구들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영화 제작에는 거의 돈이 들지 않았다. 태 군은 “부모님께 영화 찍는다는 말씀도 못 드려 제작비 ‘투자’는 기대도 안 했다”고 말했다. 촬영 중간에 먹는 점심은 더치페이로 해결했다. 고가의 촬영 장비를 구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고 편집 작업은 아마추어들을 위한 무료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미니 지미집(카메라 크레인)이나 마이크를 빌릴 수도 있지만 돈이 많이 들잖아요. 촬영에 도움이 되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앱스토어에서 3∼4달러 내고 사는 것도 아까웠어요.”

촬영 장비라고는 달랑 아이폰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매 순간 기지를 발휘한 흔적이 엿보인다. 아이폰으로 촬영할 때 겪은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음성 녹음이다. 주인공이 커피숍에 앉아 있는 장면을 찍을 때 주변 소음이 너무 심해 문제가 됐다. 결국 마이크가 달린 이어폰을 휴대전화에 연결한 뒤 배우가 음악을 듣는 장면으로 처리했다. 아이폰의 동시녹음 기능을 그냥 쓰는 것보다 마이크를 연결하면 소음이 훨씬 덜 들어가기 때문이다.

태 군은 제1회 영화제에서 ‘사랑의 3점슛’으로 실버스마트상을 수상한 강동헌 감독의 멘토링을 받으며 두 번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줌 기능 없이 멀리 있는 장면을 촬영하거나 잡음 없이 촬영하는 게 가장 어려웠는데, 강 감독님을 만나면 해결 방법을 여쭤보고 싶어요.”

첫 영화에서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뤘던 태 군은 두 번째 영화의 소재로 자신의 취미인 아이스하키를 선택했다. 첫 영화를 찍으며 겪은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이번에는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주변에 아이스하키와 공부를 같이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친구가 많거든요. 경쟁도 치열하고 진로도 제한돼 있고요. 아이폰을 들고 직접 스케이트를 타면서 촬영하면 속도감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2회 올레 스마트폰 영화제는 올해 3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다. 영화 ‘왕의 남자’로 유명한 이준익 감독이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박찬경, 봉만대, 윤종석, 임필성, 정윤철 감독과 정정훈, 조용규 촬영감독이 출품작들을 심사할 예정이다. 태 군의 두 번째 영화는 3월 19일로 예정된 영화제 개막식에 특별 초청작으로 상영된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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