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 세입자 27%… 집 보유한 고소득층
양 씨처럼 자기 집이 있으면서도 전월세를 전전하는 ‘부자세입자’들이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평균 1억3000만 원가량의 금융자산을 갖춘 고소득자들로 교육 및 주거 여건이 좋은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등에 밀집해 살고 있었다. 부자세입자들의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정부가 쏟아내는 다양한 전월세 안정대책이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황은정 연구원의 ‘자가 보유 전월세 거주가구 주거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 세입자들의 거주지역은 강남 3구와 양천, 강동, 종로구 등 주거환경과 교육여건이 좋아 값이 비싸고 아파트 비중이 높은 지역에 집중돼 있었다. 특히 강남 3구는 이들 비중이 전체 세입자의 27%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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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자세입자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로, 2005년 전체 임대가구의 10.2%에서 2010년 15.2%로 비중이 높아졌다. 이들이 주택 구매력을 갖췄음에도 전월세를 고집하는 것은 집값이 하락기여서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데다 보유세 부담 등 제반 비용을 감안할 때 전월세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의 75%가량이 전세금 마련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절반에 가까운 45%가 2년 이내 다른 전셋집으로 이사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또 한 번 전세금이 뛸 개연성이 크다고 이 보고서는 분석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지금처럼 전체 전세거주가구를 저소득층으로 분류하는 정책을 고집해서는 구매력이 있으면서도 전세를 택해 전세 수요와 전세금을 높이는 부자세입자들을 매매시장으로 이끌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민간 건설업체들은 부자세입자의 수요가 많은 지역에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임보미 인턴기자 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