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강남-영남 공들인 의원들 졸지에 지역구 바꿔야할 처지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지역구 출마 채비를 서둘렀던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들이 연이은 악재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18대 총선 비례대표 돈 공천 의혹으로 확산되더니 이번에는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비례대표 의원을 당 강세지역에 공천하지 않겠다며 결정타를 날렸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가 최근 공개적으로 “비례대표 공천도 돈과 관련된 소문이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8대 때 외부 인재로 영입된 자신들을 추악한 돈 거래의 대상으로 깎아내린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의원은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마치 돈으로 공천을 산 것처럼 비치면서 지역구 선거운동에 엄청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른바 ‘안방’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벨트와 영남권에 공을 들여왔던 의원들은 비대위의 ‘20% 전략공천’ 방침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전략공천 지역이 대부분 당 강세지역으로 예상되는 데다 비례대표 배제 방침마저 흘러나오면서 지역구를 갑자기 바꿔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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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은 다르지만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의 10일 발언은 다시 한 번 비례대표 의원들을 아프게 했다. 박 의원은 “(비례대표로) 의원이 되고 1, 2개월이 지난 뒤 당 회의에서 한 지역구 의원이 ‘돈을 한 푼도 안 내고 비례대표가 되는 정당이 어디 있느냐. 당이 어려운데 지금이라도 돈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더라”고 밝혔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