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태 前비서 체포영장
“돈봉투 의혹 정면돌파 합시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황우여 원내대표(오른쪽)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황 원내대표는 디도스 공격 및 돈봉투 살포 의혹을 정면 돌파하겠다고 밝혔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고 의원의 사무실로 돈봉투를 가져왔다는 인물은 돈봉투 제공자가 누구인지, 고 의원의 폭로대로 박희태 국회의장 측이 맞는지를 가릴 수 있는 핵심 관련자였다는 점에서 검찰은 뿔테 안경의 주인공을 밝히는 데 집중해 왔다. 고 의원에 따르면 이 뿔테 안경을 쓴 남자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고 의원 사무실로 들고 온 쇼핑백에는 노란색 돈봉투가 잔뜩 들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사실이라면 돈봉투가 한나라당 국회의원 다수를 상대로 광범위하게 뿌려졌을 가능성이 커 파문이 한나라당 전체로 번질 수 있다.
특히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한 뿔테 안경의 주인공인 고 씨가 박희태 당시 한나라당 대표실의 비서로 일했고, 돈을 돌려받는 데 관여한 것으로 지목돼 있기 때문에 돈봉투 살포의 주체가 박 의장 측이란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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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여야 정치권의 돈 선거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지만 수사는 초기 단계여서 검찰이 갈 길은 아직 멀다.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불거진 돈 선거 의혹은 크게 4가지다. 고 의원이 박 의장을 지목해 폭로한 ‘300만 원 돈봉투’ 사건을 비롯해 △한나라당의 2010년 전당대회 돈봉투 제공 의혹 △2008년 총선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의 돈과 관련된 의혹 △현재 진행 중인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의 돈봉투 제공 의혹 등이다.
정치권에서는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검찰이 전면 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검찰의 수사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검찰 내부에서는 ‘300만 원 돈봉투’ 의혹조차도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 의장이 당 대표로 선출된 2008년 전당대회 때 돈이 살포된 증거를 잡기 위해 고 의원의 폭로 이외의 단서를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 의원 외에 돈봉투를 받은 국회의원이 더 있는지, 불법자금의 ‘저수지’가 있는지 등 다각도로 증거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고 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돈을 되돌려 받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부인한 적이 있어 고 씨 체포가 돈봉투 의혹을 밝히는 만능키는 아닐 수도 있다. 따라서 검찰이 고 씨를 체포해 조사한다고 해도 박 의장 측에서 지시를 받았는지 등을 시인할지 미지수여서 향후 검찰 수사는 ‘산 넘어 산’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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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대표도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은 조직 동원 선거였다”며 “당시 이명박 박근혜 후보 측에서 수많은 버스를 동원했고 서울로 올라오는 도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람 수를 세보고 돈을 주는 게 관행이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