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원 도쿄 특파원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덴코 씨는 북한을 수차례 방문해 마술 공연을 하면서 김 위원장과 돈독한 친분을 쌓았다. 1998년과 2000년에는 각각 열흘간의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했다가 김 위원장이 더 머물라고 붙잡는 바람에 1개월 넘게 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덴코 씨는 북한을 방문할 때마다 김 위원장이 특별히 마련한 전용 안가(安家)에서 머물렀다. 그는 “북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것을 걱정한 사모님(김 위원장의 부인)이 손수 팬케이크를 구워줬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수조를 탈출하는 마술쇼 공연을 위해 “(북한) 수돗물이 피부를 상하게 할 수 있다”며 2t 분량의 수조를 프랑스산 생수 에비앙으로 채워주기도 했다. 극진한 대우에 감동한 덴코 씨는 이후에도 수차례 북한을 비공식적으로 방문했으며 돌아올 때마다 덴코 씨를 그려 넣은 등신대(等身大)의 초상화와 백자, 자수화 등 진귀한 기념품을 컨테이너 한 대 가득 받아왔다고 했다. 선물 중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대산(大山)’이라고 이름 지은 북한 천연기념물 풍산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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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에서는 그의 결정을 북한이 납치한 피해자 가족 등 일본 국민의 대북 정서를 고려한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북한을 “상황이 불리하면 국가 간의 협정도 손쉽게 깨고, 불만이 있으면 언제라도 미사일을 쏠 수 있는 천덕꾸러기”로 보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김정일 사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을 불안하게 주시하는 일본 국민의 민감한 정서가 마술사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김창원 도쿄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