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빈 서울대 명예교수 분석 “러, 시신 영구보존 방법 비밀 찾아내… 北 ‘김정일 미라 처리’에 도움 필요”
국내 부검 전문가인 이정빈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사진)는 러시아가 시신 보존 전문가팀을 평양으로 보냈다는 뉴스를 듣고 26일 이같이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최근 김 위원장 시신 영상을 살펴보면서 사망 단서와 시신 처리 수준을 분석하고 있다.
이에 앞서 러시아 민영방송 NTV는 25일(현지 시간) “레닌 시신 보존을 책임지는 레닌 묘 연구소 소속 학자들이 평양으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팀을 이끄는 블라디슬라프 카젤체프 교수는 출국 전 이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연구소의 (시신 보존) 기술은 상업 비밀에 속하며 우리만의 노하우”라며 말을 아꼈다.
―러시아의 도움이 왜 필요한가.
“시신 영구 보존에는 특별한 노하우와 기술이 응용된다. 옛 소련의 해부학자들은 레닌 시신을 처리할 때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비밀을 찾아냈다. 부패 방지제(포타슘 아세테이트)와 글리세린, 증류수를 섞어 시신에 집어넣으면 상온에서도 부패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배합 비율은 지금까지도 비밀이다. 러시아는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에도 북한에 이 내용을 모두 전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러시아의 전문가를 부른 것 같다.”
―김 위원장 시신 공개는 김 주석 사망 때보다 빨라졌다.
“시신 공개가 빨라진 점을 보면 시신 처리 방법이 1994년보다 훨씬 더 숙련됐고, 전문가 수도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사후에 곧바로 약품 처리를 하고 얼굴에 화장품을 입혔기 때문에 언제 사망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사망 이후 언제부터 시신이 부패하나.
“20∼25도인 실내에서 숨지면 24시간 이내에 얼굴이 까맣게 변하며 부패가 시작된다. 김 위원장 얼굴에는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김 위원장 사망 직후 곧바로 동원돼 24시간 이내에 작업을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김 위원장의 시신은 어느 정도 처리됐다고 보나.
―영구보존 처리 작업은 언제 끝날까.
“김 주석은 숨진 뒤 2년 뒤에 미라가 공개됐다. 김 위원장의 경우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옛 소련에서는 7개월 만에 끝냈다.”
―김 위원장 피부 상태는 어떤가.
“초기 처리 작업이 빨라 피부가 자연색을 유지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혈관에는 붉은 색소도 들어갔다고 추정된다. 색소를 넣어야 혈색이 자연스럽게 유지된다. 검버섯 등 생전에 생긴 흔적은 약품으로 잘 없어지지 않는다. 사후에 생긴 얼굴 주름은 러시아 전문가들이 약품으로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