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北 김정은 시대]김정은의 北, 군부 집단지도체제 속도전

입력 | 2011-12-26 03:00:00

‘軍 최고사령관 김정은’ 추대 임박
장성택은 대장군복 차림 첫 등장




대장 계급장 단 장성택… 군부 거느린 김정은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왼쪽)이 25일 대장 군복(원 안이 대장 계급장)을 입고 후계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함께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군부 중심의 지도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장성택에게 서둘러 대장 칭호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군복을 입은 장성택의 모습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장성택 오른쪽으로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차수), 김정은,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차수), 이용무 국방위 부위원장(차수)이 서 있다. 뒷줄 오른쪽은 김영철 정찰총국장이다. 김정은은 혼자 인민복을 입고 군 지도부를 거느린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그의 위상을 부각시켰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의 인민군 최고사령관 추대가 임박했다. 김정은이 군을 중심으로 ‘선군(先軍)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은 대장 계급장을 단 군복을 입고 나타났다. 북한 매체들은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만 사용하던 ‘경애하는’이라는 호칭을 김정은에게 쓰기 시작했다.

○ “김정은, 이미 총비서·최고사령관 역할 수행”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우리의 최고사령관’이라는 장문의 정론에서 “김정은 동지를 우리의 최고사령관으로, 우리의 장군으로 높이 부르며 선군혁명 위업을 끝까지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론은 노동신문의 기사 형태 중 가장 권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어 “김정은 동지여, 인민이 드리는 최고사령관 동지의 부름을 안고 김일성 조선을 영원한 승리로 이끌라”고 호소했다.

노동신문이 앞장서서 추대 분위기를 만든 만큼 앞으로 군을 비롯한 북한의 각 계층에서 최고사령관직 승계 요구가 이어지고, 김정은이 이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최고사령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는 류동호 시인이 쓴 ‘최고사령부로 보내는 편지’를 공개했다. 이 편지는 “선군혁명의 최고사령부에 장군님 우리와 함께 계시는데,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 계시는데, 왜 편지를 보낼 곳이 없고 왜 편지를 받으실 분이 없겠습니까”라고 밝혔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군 최고사령관이 북한에서 최고 직위는 아니지만 군 통수권을 상징하는 자리”라며 “별도의 절차 없이 추대만 하면 되기 때문에 김정은이 먼저 최고사령관 직위부터 갖고 통치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 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는 구호를 공개했다. 노동당 중앙위는 당의 최고지도기관으로 정치국, 비서국, 당 중앙군사위 등이 모두 당 중앙위 산하기관으로 돼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사실상 당 총비서직을 수행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에 ‘경애하는’이라는 수식어를 쓴 것도 그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 주석, 김 위원장에게만 썼던 수식어를 김정은에게 쓴 것은 김정은이 북한 체제의 지도자로서 북한을 끌고 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이라며 “최고사령관 추대와도 연관을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1991년 군 최고사령관에 오르면서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로 불리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노동신문은 25일 정론에서 “21세기의 태양 김정은 동지의 영원한 혁명동지가 되자”고 했고, 조선중앙통신은 “어버이 장군님(김 위원장)의 사랑으로 인민을 안아 보살펴주시는 김정은 동지는 진정 인민의 영도자, 친어버이다”라고 표현했다. ‘태양’과 ‘어버이’라는 표현도 김 주석과 김 위원장에게만 썼던 것이다. 이미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에 대해 ‘걸출한 사상이론가’ ‘탁월한 영도자’ ‘천출(天出) 위인’ ‘불세출의 선군영장’ 등 김 위원장에게 썼던 다양한 수식어를 붙인 바 있다. 김정은이 김 주석, 김 위원장과 같은 반열에 올랐음을 주민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김정은 우상화와 체제 확립에 속도를 내는 것은 그만큼 김정은 체제를 조기에 안정시키는 것에 대한 조급한 심정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 장성택, 당-군 양쪽서 서열 급상승… 2인자 행보 본격화 ▼

○ 군복 입은 장성택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김정은 체제의 2인자’로 평가되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게는 더욱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조선중앙TV는 25일 오전 김정은이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는 장면을 전하면서 대장 계급장을 단 군복 차림의 장성택 모습이 담긴 장면을 내보냈다. 장성택이 군복을 입은 모습이 북한 매체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성택은 최고군사지도기관인 국방위원회의 부위원장이고 당 중앙군사위원이기는 하지만 대장 칭호를 받은 적은 없다. 지난해 9월 27일 김정은, 김경희(김정은의 고모) 등 6명이 대장 칭호를 받았을 때에도 장성택은 빠졌다. 또 이날 장성택은 김정은의 오른쪽 이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바로 옆에 서 있었다. 군부 내 권력서열도 급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김정일 사후 당 중앙군사위를 열어 장 부위원장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에서 대장 칭호는 군 지도자로서의 명예를 의미하는 것으로 장성택의 정치적 위상에 걸맞은 군 칭호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김정일 생전에 장성택이 이미 대장 칭호를 받았지만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공개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런 움직임은 장성택이 김정은 체제의 중추적 후견인으로 한동안 ‘선군정치’를 이어가면서 당분간 군부 위주의 집단지도체제로 북한이 통치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용현 교수는 “군이 김정은에게 충성을 하는 데 장성택에게 역할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는 위기상황을 돌파하는 데 군 중심의 선군정치 틀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승주 센터장은 “김정은 1인 지배체제로 외형을 갖추되 내용상으로는 기존 김일성, 김정일 체제와는 완전히 달리 집단지도체제 성격이 많이 강화될 것”이라며 “장성택을 비롯해 김경희, 이영호,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실질적으로 김정은 1인 지배체제하에 4, 5명의 후견인이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집단지도체제라기보다는 과도체제”라며 “장성택이 후견인들의 의견을 총괄 조정하고 김정은의 입장을 후견인에게 전달할 수도 있겠지만 역할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