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경제부 기자
최효종이 행복의 기준을 너무 높게 잡은 탓일까, 웬만해선 만족할 줄 모르는 우리 민족성 때문일까, 대한민국 국민의 계층인식 수준은 놀라웠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사회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 600만 원 이상 가구주 중 5.2%는 자신을 하층민이라고 느낀다고 응답했다. 상류층이라고 답한 비율은 18.4%에 불과했고, 76.4%는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응답자 대부분이 실소득 기준으로 설문에 답하기 때문에 월소득 600만 원 이상이라고 하면 실제로는 연봉 1억 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의 소득신고로 계산했을 때 연봉 1억 원 이상 소득자는 전국 28만 명(상위 1.84%)에 불과할 정도로 소수지만, 정작 이들은 자신의 계층 수준을 매우 ‘각박하게’ 매긴 것이다.
이들의 소득 만족도 역시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월평균 소득 600만 원 이상 가구 중 자신의 소득에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2%에 그친 반면 20.8%는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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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너무 올라서 고소득자의 씀씀이가 줄었을 수도 있다. 최효종 말대로라면 ‘강남에 집 한 채 사려면 30년 동안 숨만 쉬며 월급을 모으면 되는’ 사회에서 연봉이 1억 원이라고 떵떵거리기엔 어딘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상위 1% 소득자가 자신을 중산층 이하라고 생각하는 사회, 연봉 1억 원 소득자가 벌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회는 누가 봐도 정상은 아니다.
유난히 인색한 우리의 기부문화도 결국은 자신의 벌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끝없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군 건 분명하지만,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현실은 왠지 모르게 씁쓸하다.
이상훈 경제부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