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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티어기술 탄생의 비밀]서일원 서울대 교수의 ‘램스’

입력 | 2011-12-23 03:00:00

“제2 페놀사건 안된다” 물길 예측 연구 결심




“1986년 라인 강 상류에 있는 화학공장에 불이 나 1300t에 이르는 화학물질이 강으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이 사고로 라인 강 하류 400km까지는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됐고 인근 주민들도 피해를 봤어요.”

서일원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사진)는 ‘라인 강의 재앙’을 언급하며 하천 오염의 위험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1991년 낙동강에 페놀이 유출돼 영남권 주민 1000만 명이 ‘수돗물 대란’을 겪은 적이 있다.

하천에 오염물질이 유입되면 최대한 빨리 오염물질의 확산을 막는 게 중요하다. 서 교수는 2001년 프런티어사업단인 ‘수자원의 지속적 확보기술개발 사업단’에 참여하면서 오염물질의 경로를 예상하는 소프트웨어 ‘램스(RAMS)’를 개발했다.

램스는 강에 오염물질이 퍼지는 속도와 범위를 계산하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다. 강의 유속과 수위를 측정해 오염물질이 언제 어디로 퍼져 나가는지 예상하는 것이다. 램스로 모의 테스트를 한 결과 중랑천과 한강 본류가 만나는 지점에 오염물질이 유입되면 4일 뒤 한강 노들섬 근처를 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 교수는 2006년 램스 시험판을 완성한 뒤 기능을 계속 향상해 올해 3월 최종판을 내놨다. 하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미국과 덴마크의 제품보다 예측 능력이 한 수 위다. 국내 한 중소기업은 서 교수에게서 램스 기술을 구매해 내년 초 상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가격은 기존 제품의 10분의 1 수준인 100만 원 선이다.

서 교수는 최근 동료 학계에서 ‘램스의 아버지’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얻었지만 시작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기술을 일일이 개발하느니 외국에서 사다 쓰는 게 효율적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서 교수는 정부와 학계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결국 2001년 램스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는 “3년간 우리나라 5대 강을 샅샅이 훑었다”면서 “그때의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램스는 사용하기 쉽고 편리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서 교수는 “올여름 ‘청소년 공학 프런티어 캠프’에 참가한 고등학생들이 램스를 30∼40분 만에 다루는 걸 보고 성공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프런티어사업에서 완성한 램스를 사업이 끝난 뒤에도 계속 향상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시설물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하천 정보를 확인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있으면 편리하지 않겠느냐”며 “앱에는 하천 날씨, 레저 정보 등을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윤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ym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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