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기자 ‘2009년 금은방 강도사건’ 그림자 배심원 참여해보니
22일 오후 서울 동부지법 15호 법정. 피고인 최종진술을 하며 스스로 ‘대도’라 칭한 조세형 씨(73·사진)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스쳤다. 조 씨는 2009년 금은방 주인집에 침입해 금품을 빼앗은 혐의(강도상해)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는 내내 “도둑질은 해도 강도질은 안 한다”는 체포 당시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서울동부지법이 조 씨에 대해 형사11부(설범식 부장판사) 심리로 21일부터 이틀째 이어간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은 조 씨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다. 조 씨가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한 이 사건의 범인 민모 씨(47)의 진술에 대해 “70대 노인인 조 씨가 대도라는 이유만으로 범행에 가담시켰다는 민 씨의 말을 믿기 어렵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형사11부는 이를 받아들여 무죄로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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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은 조 씨가 2000년 이후 세 번이나 경찰에 검거될 때 칼이나 다리미를 휘두르며 추적을 피하려 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변호인은 “급박한 검거 과정에서 폭력을 사용하는 건 계획적으로 흉기를 들고 사람이 있는 집에 침입하는 강도와 완전히 다르다”며 맞섰다.
예비배심원 3명을 포함한 배심원 12명은 심리과정이 길게 이어졌지만 검사와 변호인이 힘주어 말하는 부분에서는 메모를 하기도 하며 집중해서 듣는 모습이었다. 기자가 참여한 그림자배심원단 평의 과정에서는 “전날 진술한 민 씨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과 “조 씨가 한 번도 강도행각을 벌이지 않았다는 말 또한 믿기 어렵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그림자배심원단의 결론은 조 씨의 무죄였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