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 간 후진타오 “김정은 동지 영도하에 강성국가 건설을…”
北 대사관 찾은 후진타오와 中 지도부 20일 중국 베이징의 북한대사관을 찾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대사관 직원과 악수하고 있다.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시진핑 부주석(왼쪽에서 두 번째)도 후 주석과 함께 북한대사관을 찾았다. 베이징=AP 연합뉴스
○ 중국 국가주석, 김일성 이래 첫 외국 지도자 직접 조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리창춘(李長春) 상무위원,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함께 이날 오전 베이징 차오양(朝陽) 구 북한대사관 내 분향소를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죽음에 조의를 표했다.
후 주석 일행은 분향소에 걸린 김 위원장의 대형 초상화에 허리를 3번 굽혀 명복을 빌었다. 이어 후 주석은 “우리는 조선(북한) 인민들이 노동당을 중심으로 단결해 김정은 동지의 영도하에 슬픔을 힘으로 전환해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과 한반도의 장기적인 평화를 건설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분향소에는 후 주석 등 중국 현직 최고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화환도 놓였다.
중국 국가주석이 사망한 타국 지도자를 추모하기 위해 타국 공관의 분향소를 찾은 것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처음으로 보인다. 장 당시 주석은 상무위원이던 후 주석과 함께 북한대사관의 분향소를 방문해 ‘김일성 주석은 천추에 빛나리’라는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중국 정부는 현직에서 숨진 타국 지도자의 추모식장에 통상 부주석 또는 부총리급을 보낸다.
중국 최고 지도부의 이런 행보는 북-중 우호관계의 특수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이날 조문하지 않은 다른 상무위원 상당수도 북한대사관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 “김정은 중국 방문 환영”
北 대사관 찾은 후진타오와 中 지도부 20일 중국 베이징의 북한대사관을 찾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대사관 직원과 악수하고 있다.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시진핑 부주석(왼쪽에서 두 번째)도 후 주석과 함께 북한대사관을 찾았다. 베이징=AP 연합뉴스
후 주석의 ‘김정은 동지의 영도하에’란 언급에 이어 류 대변인도 이 표현을 사용했다. 중국 정부는 전날 중국 당정군 대표기관의 합동 조전과 외교부장의 북한 인사 접견에서 이 표현을 처음 사용해 김정은의 3대 세습을 공개 지지했다.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도 김정은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신화통신과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중국중앙(CC)TV 등은 이날 인터넷판에서 김 부위원장이 당, 국가, 인민군 지도자들을 ‘인솔’하고 김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참배했다고 주요 기사로 전했다. 런민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중국은 과도기의 북한이 기댈 수 있는 후견인’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김정은이 젊다는 점에서 일부 국가가 앞으로 북한의 큰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적었다.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은을 ‘위대한 계승자’라고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중국의 이 같은 김정은 밀어주기는 중국 공산당 특유의 실리주의적 선택을 보여준다. 사실 중국 정부는 북한이 김정일 사망을 공식 발표 전에 알려주지 않아 크게 격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공식 발표를 듣고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알게 된 중국 정부는 크게 당황했다”며 “이 상황이 끝나면 두고 보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김정은 후계체제 안정이 중국의 국익에 가장 부합한다는 판단하에 ‘김정은 영도’ 운운하며 적극 밀어주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