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를 한국인 손기정이 아닌 일본인 기테이 손으로 소개해 논란이 되어 왔다. IOC 홈페이지 캡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5일 손기정 선생(1912~2002)의 국적을 한국이라 적시하며 그를 한국민의 자긍심이라고 표현했다. IOC 홈페이지는 손기정 코너(www.olympic.org/kitei-son)에 일제 강점기의 한국인 손기정의 아픔을 실었다. 동아일보의 명예로운 역사도 함께 담았다.
대한체육회(KOC)는 지난달 말 IOC에 손 선생의 일본 이름과 국적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IOC는 KOC의 요청을 일부 받아들여 손기정 코너에서 그의 우승 소식과 함께 시대 배경을 상세하게 다뤘다.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동메달을 딴 남승용 선생(1912~2001년)도 처음으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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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는 "손기정이 뛰어난 마라토너였지만 일제 강점기였기에 일본 국적으로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손 선생을 '강렬한 민족주의자'라고 표현했다. 베를린 대회 당시 언제나 한국 이름으로 사인을 했고 어느 나라 출신인지를 물으면 일본이 아닌 한국이라고 답했다는 거였다.
손 선생은 베를린 대회 마라톤에서 2시간29분19초로 우승했다. 디펜딩 챔피언 후안 카를로스 자바라(아르헨티나)와 어니 하퍼(영국·은메달) 등을 2분 이상 따돌린 완벽한 승리였다. 그러나 손 선생은 1위로 골인한 뒤 환호하지도 만세를 부르지도 않았다. 그는 경기 직후 "육체는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마음과 정신을 장악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손 선생은 3위 남승용과 시상대에서 고개를 숙였다. 일장기가 올라가고 일본 국가가 연주되자 조국을 잃은 아픔을 침묵으로 항의했다.
IOC는 해방 후 손 선생이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기수로 태극기를 들고 입장했고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선 사실도 소개했다.
IOC는 KOC에 보낸 공문에서 "손 선생의 국적과 이름을 바꾸는 문제는 1987년 집행위원회에서부터 논의됐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 당시 등록된 내용을 바꾸는 건 역사적인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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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