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증권거래소 상장… 첫날 총 2825만주 거래
최승우 넥슨저팬 대표가 14일 넥슨의 도쿄 증시 상장을 알리는 종을 치고 있다. 넥슨 제공
지난달 10일 김 회장은 넥슨이 도쿄 증시 상장심사를 통과할 때 “딸을 시집보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순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최근 ‘메이플스토리’ 백업서버에 대한 해킹 공격으로 1300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새어 나가는 악재가 상장에 어떻게 반영될지로 노심초사했던 그였다. 1994년 단칸방 사무실에서 시작한 넥슨은 이날 17년 만에 일본 도쿄 증시에 상장하며 글로벌 게임회사로 화려하게 비상(飛上)했다.
○ 한국 게임 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거래량은 총 2825만5700주. 공모가 이하로 마감된 주가가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이날 도쿄 증시 전반이 약세였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넥슨은 상장과 함께 시가총액 8조 원 규모로 시가총액 기준 국내 게임회사 가운데 1위, 세계적으로도 액티비전블리자드와 일렉트로닉아츠(EA)에 이어 3위가 됐다. 올해 넥슨의 예상 매출은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한국의 골방에서 시작했던 작은 게임회사가 어느새 세계적인 게임업체로 성장한 것이다.
이날 상장에 따라 넥슨의 모기업인 NXC의 지분 66.89%를 보유한 김 회장은 주식 평가액이 3조 원을 넘어서면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국내 3위의 부자가 됐다.
○ 한국적 비즈니스 모델의 세계화
20, 30대 남성 위주의 게임 시장에서 벗어나 블루오션을 창출한 것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키보드 방향키를 단순하게 조작하며 자동차 경주를 하는 ‘카트라이더’는 젊은 여성을 PC 앞에 끌어들여 게임을 하게 만들었다.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롤플레잉 게임인 ‘메이플스토리’는 처음 게임을 만든 지 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성장세가 꾸준하다. 넥슨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이 회사 게임의 월평균 실제 사용자는 약 7700만 명에 이른다. 통일 한국의 인구보다도 많은 셈이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