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용 ‘말들의 눈에는 피가’ ★★★
연극 ‘에쿠우스’를 모티브로 한 현대무용 ‘말들의 눈에는 피가’는 말을 형상화한 무용수들의 춤을 통해 주인공 앨런의 내면 세계를 표현했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1999년 초연 작을 다시 손봐 무대에 올린 ‘말들의 눈에는 피가’는 피터 셰퍼 원작의 연극 ‘에쿠우스’를 모티브로 삼았다. 연극은 말 6마리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16세 소년 앨런과 그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를 통해 현대문명 속에서 방황하는 인간 심리를 다뤘다. 무용은 연극의 극 전개를 따라가지 않고 공연시간 60여 분을 앨런의 자폐적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높이 3.5m, 폭 1m 남짓의 패널을 사용해 객석 쪽으로 열린 ‘ㄷ’자 형태로 만든 무대 안쪽은 말들이 머무는 공간이면서 세상과 격리된 앨런의 폐쇄적 내면세계다. 이 안에서 등 부위에 갈기 장식이 들어간 가죽 옷 차림의 여자 무용수 9명이 말로 나와 웃고, 괴로워하고, 뛰어논다.
배우 서상원 씨가 작품 해설자로 나오고 앨런 역을 맡은 연극배우 이기돈 씨와 무용수들이 원작에 나오는 대사를 읊어대지만 문맥을 상실한 텍스트는 작품 속에 섞이지 않고 물에 뜬 기름처럼 부유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