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기러기(왼쪽), 큰고니(가운데), 가창오리(오른쪽)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철새의 이동이 잦은 시기인 9월 23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전국 철새 도래지와 과거 AI가 발생한 축산농장 주변에서 야생오리 등의 분변 2871개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44개에서 저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6일 밝혔다.
과학원에 따르면 AI에 걸린 조류의 배설물에서는 AI 바이러스가 나온다. 분변 44개 중 21개는 충남 천수만, 전북 금강 하구,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 경기 파주 곡릉천 등 주요 철새 도래지에서, 23개는 충남 천안 풍세천, 전북 익산 만경강, 충남 아산 곡교천, 충북 청주 미호천 등 AI가 발생한 농장 주변에서 발견됐다. 반면 경기 안산, 대구, 전남 영암, 강원 강릉, 고성 지역 등에서는 AI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수천 마리씩 몰려다니는 야생 조류에 의해 AI가 축산농가의 닭이나 오리에게까지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야생 조류는 날씨가 추우면 양계장 주변을 배회한다. 눈이 많이 와 먹이가 없어지면 야생 조류는 양계장에 들어가 먹이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농장의 오리와 닭에게 AI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다행히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AI 바이러스는 저병원성이어서 전염 위험이 극히 작다고 과학원은 설명했다. 다만 천수만과 금강 하구 등지에서 발견된 야생 조류 분변에서는 고병원성으로 변이할 가능성이 있는 ‘H5’ 유형 AI 바이러스가 8건 검출됐다.
과학원 김종민 바이오안전연구팀장은 “H5 유형은 9월 말부터 한 달 동안 검사한 시료에서 검출됐지만 10월 26일 이후 조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만약을 대비해 각 지방자치단체, 축산농가, 유관기관들은 야생동물로 인한 가축 AI 감염 예방과 방역 관리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