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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개콘과 강용석 의원

입력 | 2011-11-30 03:00:00


미국 NBC TV의 간판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는 코미디 버라이어티쇼다. 톱스타와 정치인 등이 출연하여 정치 풍자, 인물 흉내 등을 통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단골 풍자대상은 정치인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섹스 스캔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말실수가 단골 소재였다. 공약을 잊어버린 릭 페리 공화당 대선 후보의 건망증,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무식함도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 미국 정치인들은 이 프로그램이 나쁜 이미지를 부각하는데도 출연하지 못해 안달이다.

▷강용석 국회의원이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에서 국회의원을 풍자한 개그맨 최효종을 집단모욕죄로 고소한 것은 정치 풍자의 기본을 이해하지 못한 소치다. 강 의원은 올해 7월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나운서를 꿈꾸는 여대생에게 “아나운서 하려면 다 주어야 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켜 한나라당에서 출당됐다. 그는 성희롱 발언을 만회할 목적이었는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저격수’로 등장하는가 하면 개콘을 고발하고 나섰지만 오히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박원순 후보가 활동했던 참여연대와 희망제작소가 기업으로부터 ‘무마성 기부’를 받았으며 박 후보 딸이 서울대 법대에 부정으로 편입학한 의혹이 있다고 폭로했다. 내용 그 자체는 박 후보에게 충격을 줄 수 있었지만 폭로 당사자가 성희롱 의원이었던 탓인지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른 의원에게 자료를 넘겨주고 자숙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그는 요즘 안철수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글을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다.

▷강 의원은 개콘으로 된통 당하고 어제 최효종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으니 고소를 안 한 것만 못하게 됐다. 강 의원은 최근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이 하는 행위는 모두 다 뜨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풍자는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 나오는 말처럼 ‘센 놈’을 패야 흥미롭다. 27일 방영된 개콘은 강 의원을 신랄하게 풍자해 개콘 방영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다 죽어가는 사람을 물어뜯는 개콘을 보며 솔직히 신이 나지 않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