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기자의 눈/이형주]불법조업 막으려면 中어선 담보금 올려야

입력 | 2011-11-29 03:00:00


이형주 사회부 기자

2001년 6월 30일 한중어업협정이 발효된 뒤 10년이 지났지만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지키는 한국 해경과 서해어업관리단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005년 이후 감소하던 불법조업 중국 어선 단속실적이 올 들어 430척으로 늘었을 정도로 불법조업이 극성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떼 지어 다니며 ‘싹쓸이 어로’를 하다가 우리 측 해경에 적발되면 배를 묶어 방어선을 구축해 대항하고 여차하면 미끼로 한두 척을 내주고 나머지는 모두 도주하는 등 갈수록 영리해지는 중국의 불법조업 어선의 대응방식에 당황하고 있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으로 고기 씨가 마를 위기에 처하면서 한국 어민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스스로 남획을 자제하면서 어렵사리 조성해 온 서해 EEZ 내 황금어장이 치어조차 찾기 힘든 황량한 어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어민들은 중국 어선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자 겁이 나 한국 측 EEZ 내 조업조차도 기피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재 해경 규모로는 중국 어선의 불법어로를 근절하는 게 쉽지 않다. 인력도 적고 단속 장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자칫 단속을 강화하다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불법조업 어선에 대한 양국 정부의 상호 협력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경과 서해어업관리단은 다음 달 20일부터 한국의 EEZ에서 무허가 조업이나 영해 침범, 단속에 극렬하게 저항하는 중국 어선을 나포해 처벌한 뒤 EEZ 경계해역까지 데려가 중국의 어업지도선에 넘겨줄 예정이다. 이처럼 하려면 해경의 단속반이 최소 200km를 이동해야 하지만 중국 정부가 불법조업 어선을 폐선하는 등 엄정 대처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이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국 어선들은 얼마간의 담보금만 내면 곧바로 풀어주는 ‘솜방망이 단속’보다는 자신들에게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자국의 어업지도선을 가장 겁낸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만으로는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근절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경이 적발해 나포하는 어선이 전체 불법조업 중국 어선의 1%도 안 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중국 선주들이 불법조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담보금을 크게 늘려야 단속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렵사리 조성한 ‘황금어장’을 중국의 불법조업 어선에 가만히 앉아서 내줄 수는 없지 않은가.

이형주 사회부 peneye09@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