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프라이데이의 쇼핑 열기는 우리의 추석연휴 귀성 열기에 비견될 만하다. 전날부터 상점 앞에서 텐트 치고 밤샘하는 것은 예사다. ‘타깃’ ‘베스트바이’ 같은 소매상점은 추수감사절 파티가 끝나자마자 쇼핑할 수 있도록 금요일 0시를 기해 문을 연다. 대부분의 상점은 전단을 통해 세일 상품을 예고하지만 어떤 상점은 깜짝 세일을 한다. 수량도 제한돼 일단 물건을 잡고 봐야 한다. 기업들은 이날의 매출로 연말과 이듬해 경기 흐름을 예측한다. 조사업체 쇼퍼트랙에 따르면 올해 매출액은 전년도 대비 6.6% 늘어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경기 불안에 따른 각박해진 인심을 반영한 듯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에 눈살 찌푸리게 하는 사건이 많았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30대 여성이 월마트 전자제품 코너에서 X박스(게임기)를 먼저 사려고 주변 쇼핑객들에게 최루액을 분사해 20여 명이 부상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 사우스찰스턴의 할인매장 타깃에서는 60대 남자가 쇼핑하다 심장질환으로 바닥에 쓰러졌지만 주변의 무관심으로 사망했다. 쇼핑이라기보다는 염치와 도덕이 사라진 전쟁터 같은 풍경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