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적자 작년보다 100억달러 줄어 260억달러 전망
건설 중장비를 제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컨트롤러는 수천만 원이 넘는 고급 부품. 지금까지 기술력 좋은 일본 제품만 수입해 왔지만 계속되는 엔화 강세로 수입단가가 오르자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으로 관세가 낮아진 독일 제품으로 교체했다.
이 회사 수입담당자는 “당분간 엔화 강세가 해소될 가능성이 없는 것 같아 수입처를 교체한 것”이라며 “기술력이 떨어지지 않는 유럽산 부품의 관세가 낮아져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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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대일 무역적자는 225억 달러(약 25조7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274억 달러)보다 17.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 대일 무역적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361억 달러보다 100억 달러 이상 줄어든 260억 달러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일 무역적자가 줄어든 것은 일본에 대한 수출이 올해 1∼9월 292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45.6% 늘어난 데 반해 같은 기간 수입은 517억 달러로 8.9%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엔화 강세 효과를 제외한 중량 기준 대일 수입규모는 18만 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만7000t)보다 9%가량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8년 1∼9월 수입규모(19만5000t)보다도 적다.
대일 수입이 줄어든 것은 올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부 품목의 수입에 차질이 빚어진 데다 기록적인 엔고(高) 현상으로 수입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까지 100엔당 1300원대를 유지하던 원-엔 환율은 동일본 대지진과 유럽 재정위기로 최근에는 100엔당 1500원대 안팎으로 뛰어올랐다.
여기에 한-EU 및 한-동남아국가연합(ASEAN) FTA로 유럽과 동남아시아 수입품의 관세가 낮아지면서 일본 제품 수입에 의존하던 기업들이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있는 것도 대일 수입 감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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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늘어난 대일 수출은 대부분 석유제품과 식료품 등 동일본 대지진 복구와 관련된 품목이어서 내년에도 대일 수출이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일본의 주요 전자부품 업체들이 최근 엔고를 피해 동남아 등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는 만큼 일본 부품 수입 감소를 대일 무역적자 구조 해소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공목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일 수교 이후 한국은 일본과의 교역에서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며 “결국 부품·소재 산업 육성을 통한 주요 부품·소재의 국산화가 대일 무역적자 구조를 해소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