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빛/전수찬 지음/1만 원·208쪽·문학동네
‘돼지’라 놀림 받던 초등학생 기환이는 자신을 놀리는 애들 중 왜소한 창호만 꼭 집어 괴롭히기 시작한다. 기환이의 호출에 밤에 산으로 간 창호는 실족사하고, 아이를 잃은 창호네 가족은 서서히 붕괴된다. 하지만 죄책감에 삐뚤어지는 기환네 가족도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얽힌 두 가족의 아픔과 상처, 그리고 복수를 그렸다. 놀랍도록 차분하고 침착한 전개가 점차 흡인력을 높이지만, 초반에 쳐 놓은 여러 복선 장치가 미처 실타래를 다 풀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종결되는 느낌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