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교실선 EBS가 교과서”… 학교현장 ‘공교육 붕괴’ 한숨
가득 찬 입시설명회 대입 정시지원 전략을 들으려고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시설명회장을 가득 메웠다. 입시업체인 메가스터디가 14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연 행사였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경기 안성시의 A 기숙학원은 EBS 수능방송 강사(11명)가 직접 강의한다는 점을 전면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다음 달 말 개강하는 예비 고3 문과반은 6주에 288만 원이지만, 수능 이후 등록이 크게 늘어 1개 반(34명)을 더 만들기로 했다.
유명 입시업체의 인터넷 강의나 학원에서도 ‘EBS 족집게 강의’가 인기다. 대형 입시업체 관계자는 “처음에는 입시업체들이 EBS에 연계 안 되는 30%만 가르치다 보면 망할 거라고 했다. 이제는 학생들이 전부 보기 힘든 EBS 교재를 종합정리해서 가르치는 식으로 살아남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B 학원은 EBS 교재 중 출제될 만한 문제, 어려운 영어단어를 따로 정리해 강의에 활용한다. 강남 목동 등 교육특구에서는 EBS 교재의 중요 문제만을 짚어주는 고액과외가 성행하고 있다.
광주의 E 고교는 교사들에게 EBS 교재를 무료로 사주고 연구회를 만들었다. 이 학교 교장은 “수업시간에 EBS 교재를 펴놓고 할 수는 없으니, EBS를 연구해서 수업 중간중간에 문제나 개념을 연계해 설명한다. 수능과 EBS 연계가 공교육을 살리기보다는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EBS의 수능 연계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한다. 삼수생 권모 씨는 “EBS만 열심히 봐도 된다면 수능이 내신 시험처럼 되고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재수생 이모 씨도 “EBS 연계율이 높으면 몇 문제 실수로 대학이 갈리게 돼 문제”라고 했다. 고3 김모 양은 “EBS 연계가 높다고 혼자서만 공부하게 되는 건 아니다. 혹시 다른 게 있을까 싶어 학원을 찾게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대입제도과의 한 관계자는 “수능이 쉬워져 수험생 혼자서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면 EBS 대비반을 만드는 학원의 실익이 점차 사라질 것이다. EBS 연계 정책은 일관성 있게 유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