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 기술은 변해가도, 직원사랑 무게는 불변
중소기업 이업종 인천·부천·김포 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인천형기 서달문 사장. 그의 방에는 모범적인 기업 운영과 사회봉사활동을 펼쳐 정부와 각종 기관에서 수상한 훈장과 상장이 가득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1972년 당시 인천의 실업계 명문고인 인천기계공고 기계과를 졸업한 뒤 소규모 저울 제조업체에 다니던 그는 1974년 동구 송현동의 한 허름한 건물에서 직원 2명과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 고교 때 이미 계량기능사 자격증을 땄고, 각종 저울을 만드는 데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창업 초기 정육점이나 쌀집 등에서 무게를 재는 데 흔하게 사용하던 접시저울 등과 같은 소형 상업용 저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갓 차린 회사의 제품을 흔쾌히 구입하는 곳은 없었다. 그는 인천지역 재래시장 구석구석에 전단지를 손수 돌리며 저울을 홍보했다. 결국 그의 성실함을 눈여겨본 상인들의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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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뒤늦게 인하대 기계공학과를 야간으로 졸업하기도 한 그는 1976년 최대 5t까지 무게를 잴 수 있는 대형 저울을 개발했다. 당시 국내 저울업계의 기술력을 감안했을 때 이는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천에서 간척지를 매립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다회(유리나 염료, 주방세제를 만들 때 쓰이는 기초 화학제품) 공장을 건설하며 화학산업을 개척한 OCI(옛 동양제철화학)에서 첫 ‘러브콜’을 보냈다. 이어 대한통운에서도 수입산 양곡용 저울을 주문했다.
1988년부터 그는 산업용 전자식 계량기 분야로 눈을 돌렸다. 철강과 화학, 사료, 식품산업 분야에 이르기까지 초정밀 계량기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었던 것. 이들 제품과 원자재를 실은 화물차가 센서가 설치된 공간을 통과하면 적재량이 자동으로 산출되는 전자식 계량기를 개발하자 대기업들의 주문이 쏟아졌다. 2007년에는 부설연구소를 설립한 뒤 무인자동계량시스템을 개발했다. 거래처와 품목, 차량번호 등을 컴퓨터에 입력하면 당일 입출고량은 물론이고 누계까지 자동으로 산출되는 맞춤형 시스템으로 포스코와 GS칼텍스, STX에너지 등 대기업 거래처가 200곳이 넘는다. 멕시코와 브라질, 칠레 등 중남미 5개국에는 레미콘용 계량기를 수출하고 있다. 1월에는 차세대 정밀 측정기 개발에 도전하기 위해 독일의 유명 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창업 멤버 2명은 아직까지 회사를 떠나지 않고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어요. 20년 이상 장기 근속한 직원도 많습니다.”
그는 1992년부터 매년 12월이면 직원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고 있다. 회사의 영업이익을 직원들과 나누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20여 나라를 여행했다. 또 정부가 노동법을 개정해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기에 앞선 2003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 그는 2009년 인천시가 매년 노사 화합에 기여한 기업과 단체에 주는 산업평화대상(사용자 부문)을 수상했다. 6월에는 정부가 전국 기업체를 대상으로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기업’ 325곳 가운데 하나(근로조건 우수형)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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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인천라이온스클럽 회장을 지내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쳐 온 그는 지난해부터 사단법인 ‘중소기업 이업종 인천·부천·김포 연합회’ 회장을 맡아 900여 회원사의 교류와 협력을 이끌고 있다. 그는 “10년 이내에 첨단 정보기술을 융합한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용 계량기를 개발할 계획”이라며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하는 청소년을 위해 숙식비는 물론이고 교육비도 받지 않는 학교를 인천에 세우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