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 객원논설위원·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작년 초 문제를 제기한 이유 중 하나는 피해자들은 지옥과 같은 생활을 하는 데 반해, 가해자인 윤 씨는 남북한 모두에서 추앙받으며 윤 씨 가족들은 남북한과 독일, 미국을 자유로이 오가며 풍요한 생활을 한다는 도치된 현실이었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윤이상에 대한 잘못된 ‘우상화’ 작업이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싶었고, 별 관심을 못 끌고 잊혀져가는 북한수용소의 오 씨 가족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무관심에 절망했기 때문이다.
‘赤化’ 통일을 꿈꾼 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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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씨 일가의 맹목적 종북 행위와 추악한 반(反)대한민국적 언행은 많이 밝혀졌고, 또 자신들의 글에도 잘 기록돼 있기에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다. 그 행적만으로도 그는 “평화통일을 추구한 애국자”로 대한민국에서 평가받을 수 없다. 기탄교육이 출간한 어린이를 위한 위인전집에 ‘이승만’ 편은 없어도 ‘윤이상’ 편은 있다고 한다. 제목이 ‘통일을 꿈꾼 음악가 윤이상’인데 맨 앞에 ‘적화(赤化)’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옳은 제목이리라. 내용도 동심을 호도하는 허위 일색이라 심히 우려스럽다. 오 박사를 몰랐고 입북을 권유하지 않았다는 윤 씨의 변명을 유일한 근거로 대는 일부 예술인과 좌익인사들의 주장도 공허하다. 윤 씨는 오 씨 이외에도 허홍식 씨 등의 입북을 지속적으로 유도했다.
윤 씨 가족도 그동안 여러 형태의 그릇된 행적에 비해 너무나 많은 것을 누렸다. 앞으로는 그냥 북한당국이 마련해준 평양의 상점이나 잘 운영하면서 그곳의 시장경제 정착에 힘써주거나, “마치 옛 고향집으로 돌아간 것 같은 따듯함을 느끼는”(이수자 ‘나의 남편 윤이상’ 하편 107쪽) 북한에서 “우리 역사상 최대의 영도자”인 “흠모하는 수령님의 영생불멸”(윤이상·이수자 부부의 편지와 방명록 글에서 발췌)이나 기원하고 조용히 살았으면 한다.
필자는 이미 통영과 윤이상 관련 사업에 대한 해법을 여러 번 언급했고 글로 썼지만 결과는 쇠귀에 경 읽기였다. 몇 달 전 제시했던 주장을 토씨 하나 안 바꾸고 분명히 다시 말하고 싶다. “예술과 인간의 행적은 분리하자.” 그러나 “더 이상 진실을 부정하고 허위에 기대지 말자.”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안이하게 대처한다면 상처는 더 곪아가고 결국은 터질 것이다. 재미있게도 일부 통영 예술인과 좌익인사들도 최근 비슷한 주장을 했다(“예술과 과거 행적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예술과 아무 관련 없는 터무니없는 윤이상의 ‘우상화’ 작업은 바로 이런 분리화에 역행하는 행위 아니었던가. 관련 사업에서 음악외적(外的)인 옳지 못한 찬사들은 당장 삭제되거나 수정돼야 한다. 홈페이지, 팸플릿, 설명문 등에서 정치적인 거짓 ‘위업’은 빼고 현대음악 작곡가로서의 업적만 열거하자. 윤이상평화재단의 명칭에서도 ‘평화’를 빼든가 다른 이름을 써야 한다.
음악 外的 찬사는 삭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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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형 객원논설위원·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gkahng@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