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 시인선 401호, 김혜순 ‘슬픔치약 거울크림’
김혜순 시인. 동아일보DB
문학과지성사는 401호의 상징성을 감안해 이 회사와 인연이 깊은 원로 작가에게 출간 기회를 주려고도 했지만 ‘항상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취지에 맞춰 중견 시인 김혜순을 택했다. 1979년 등단한 김 시인은 자기반복을 최소화하며 늘 새로운 시적 탐구를 계속하는 시인으로 꼽혀왔다. 김수영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소월시문학상, 미당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받았다. ‘슬픔치약…’은 그의 열 번째 시집이다.
‘우 다음엔 울이라고/세상에 가득 찬 수학이 출몰하는 밤/존경하는 시인님들은 아직 죽음의 탯줄에 매달려 계시고’(‘우가 울에게’) ‘길에서 집에서 머리채 잡혀/실종된 여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해파리처럼 젖은 머리를 내리고 물속 땅속 어디에 묻혀 있을까’(‘책 속에서 나왔다가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여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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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과 비밀, 그 무궁한 풍부 속으로 발을 들여놓는 즐거움! 내가 또 이 부재의 비밀을 당신에게 투척하니 흡입하시어 부디 궁핍하시길.’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