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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경품 보면 경기가 보인다

입력 | 2011-11-02 03:00:00

호경기땐 車-여행권-냉장고 불경기땐 화장지-주유권-쌀




호경기 때 사은품 1. 에쿠스 자동차 2. 패션소품 불경기 때 사은품 3. 쌀 4. 주방용품

5000원 주유권, 화장지 30롤, 쌀 10kg. 이 제품들의 공통점은 살림에 꼭 필요한 생활필수품이라는 것이다. 요즘 이런 생활필수품이 홈쇼핑 업계가 제공하는 최고 인기 사은품이 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기 탓에 꼭 사야 하는 소소한 물건을 소비자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GS샵은 10월 한 달간 2건 이상 구매한 전 고객에게 현미와 클렌징 제품, 4인조 양식기 세트, 마스크팩을 증정했다. 롯데홈쇼핑도 고객 1600만 명 돌파 기념으로 10월 21일부터 3일간 진행한 특집 기획전 사은품으로 화장지와 쌀 10kg, 주유권 등을 준비했다.

경기가 좋을 때 유럽 여행권이나 고급 세단을 비롯해 김치냉장고 등의 고가 제품이 단골 경품으로 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홈쇼핑 업계는 경기가 상대적으로 좋았던 2005년 전후 유럽 12일 여행권이나 현대자동차의 고급 세단 ‘에쿠스’ ‘그랜저XG’ 등 고가의 자동차 등을 경품으로 제공했다. 아파트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2004년 GS샵은 17평형 아파텔(아파트형 오피스텔)과 서산 간척지 600평 등을 경품으로 내건 데 이어 2005년에는 GS그룹 출범 이벤트로 잠실 소재 아파트를 경품으로 제공해 화제가 됐었다.

또 호경기 때는 모든 구매 고객에게 주는 사은품이라도 생활필수품보다는 패션용품, 잡화류, 화장품 등이 인기였다.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2010년에는 홈쇼핑 이용 고객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공산품 대신 패션가방, 선글라스, 지갑 등 별도로 제작한 패션 잡화가 사은품으로 등장했다.

GS샵 측은 “불황이 장기화되면 모든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소규모 사은품이 인기”라며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거나 돈 주고 사기 아까운 물건보다 꼭 사야 하는 물건이 환영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품을 내건 ‘대박’ 추첨 행사도 불경기의 그늘을 비켜갈 수 없다. 치솟는 전셋값과 노후 걱정으로 시름이 깊어가는 서민들을 겨냥해 아파트 전세권, 매달 수백만 원씩 연금이 지급되는 ‘연금 경품’이 등장한 것.

CJ오쇼핑은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벽산건설의 ‘위시티 블루밍’ 아파트의 전세권을 아파트 소개 방송 경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호경기 때 아파트 한 채가 통째로 경품으로 나왔던 것과 달리 일정 기간 거주권만 주는 전세권이 나왔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롯데백화점이 9월 30일부터 한 달간 진행한 연금 경품 행사에는 응모권 100만 장이 모두 나갔다. 백화점 측은 당첨자에게 10년간 매월 300만 원씩 총 3억60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롯데백화점은 3일 본점에서 추첨 행사를 통해 연금을 타갈 당첨자 1명을 뽑는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의 판촉 행사는 경기 동향의 바로미터라 불릴 정도로 경기 변화를 빠르게 반영한다”며 “실용적인 사은품을 원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을 반영해 생필품형 사은품, 할인쿠폰, 적립금 등 피부에 와 닿는 사은품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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