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희진 기자 태국 수해현장 르포
“강물 넘친다” 필사의 저지 30일 태국 방콕 짜오프라야 강 인근에서 홍수로 범람한 강물이 제방을 부수고 마을로 쏟아지자 군인들이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 손을 맞잡은 채 버티고 있다. 짜오프라야 강은 수도 방콕을 가로지르는 태국에서 가장 큰 강으로 ‘태국의 젖줄’이라고 불린다. 방콕=AP 연합뉴스
하지만 농룩 씨는 29일 다시 아유타야로 향하는 귀향 열차에 몸을 실었다. 고향의 물난리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그는 “집에 물이 빠지기를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데 이제는 방콕에서 버틸 돈도, 의지도 없으니 돌아가는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차창 밖을 하염없이 쳐다보던 농룩 씨의 어깨에는 유달리 힘이 빠져 보였다.
수도 방콕 도심에서 차량을 이용해 침수된 북부 지역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현재 남아있지 않다. 모든 길이 물에 잠겼고 도로는 끊겼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배 타고 노를 젓는 것뿐이라는 농담도 나온다. 현재 방콕과 아유타야를 잇는 교통편은 왕복 기차가 유일하다.
기자는 29일 방콕 북부의 돈므앙 역과 아유타야 역을 하루에 두 번 무료로 왕복하는 귀향 열차에 탔다. 거리는 약 72km. 돈므앙 역은 방콕으로 피난왔다가 아유타야로 되돌아가려는 역(逆)피난 행렬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방콕마저 물에 잠기며 안심할 수 없는 곳이 되자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방빠인의 공장에서 일하는 코끌린 씨(25)도 방콕에 아내를 남겨둔 채 3주 만에 아유타야의 집으로 향했다. 아직 물도 빠지지 않은 집으로 서둘러 가는 이유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아유타야에 도둑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문이 대표적이다. 도둑들이 사원이나 궁전 등을 돌며 고문서나 불상 등도 훔치고 있다고 했다.
방빠인에 있는 여름궁전 앞에 살고 있는 온나농 씨(25)는 “물에 잠긴 사원들을 지키는 관리인들이 남아있지만 생필품이 없어 힘들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아유타야 사원의 스님 대부분도 다른 지역으로 대피했다. 게다가 감전이 두려워 전기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홍수 이후 아유타야에서 사망한 30여 명은 모두 감전사했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설명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