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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석 일행 사용 로프 발견… MB “꼭 구조하라”

입력 | 2011-10-21 03:00:00

등정 절벽 인근서 발견… 생존여부 아직 불분명
마지막 교신땐 농담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실종된 산악인 박영석 대장(48·사진)과 신동민(37) 강기석 대원(33)의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박 대장 일행은 대규모 눈사태를 만나 눈 속에 파묻혔거나 크레바스(얼음이 갈라진 틈)에 고립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영석탐험문화재단과 현지 원정대원들은 20일 헬기를 동원해 현지 사정에 밝은 셰르파 4명과 수색에 나섰으나 박 대장 일행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로프만 발견했을 뿐 생존 여부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 대장이 이끄는 원정대가 실종된 데 대해 “살아있다는 믿음을 갖고 꼭 구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현지에서 원정대 수색을 위해 애쓰고 있는 산악인들과 대책반을 꾸려 현지로 떠나는 대한산악연맹 관계자들에게 “수색에 최선을 다해달라”며 이같이 강조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이 대통령은 문화체육관광부에도 “구조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정부 차원에서 최대한 지원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수색대원들은 이날 박 대장 일행이 등정을 시작한 절벽 인근에서 로프를 발견했다. 연맹은 “박 대장 일행이 매달려 있던 로프인지, 대원들이 배낭에 매고 있다 튕겨 나온 로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맹은 박 대장이 등정을 시작한 절벽은 초입 부분이 약 65도의 급경사를 이룬 채 100m가량 솟아 있다고 전했다. 수색대원이 확인한 결과 절벽 좌우에 산사태 흔적이 있었고 눈사태로 인해 높이 약 4m의 눈 더미가 쌓여 있었다. 절벽 밑에는 깊이 40m의 크레바스가 있었다. 로프는 이 인근에서 발견됐다. 연맹은 눈 속에 파묻힌 로프의 끝부분에 대원들의 소지품이나 시신이 묻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파보았으나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연맹은 대원들이 눈사태에 휩쓸려 내려가 눈 속에 파묻혔거나 크레바스에 고립됐을 수 있다고 추정했지만 아직 생존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난당한 뒤에도 극적으로 생환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산악인 박정헌 씨(40)는 2005년 촐라체(6440m) 북벽을 넘다 얼음 틈에 빠진 후배와 함께 온 몸에 부상을 당한 채 며칠을 기어 내려와 목숨을 건졌다. 안나푸르나 남벽에서도 사고로 한쪽 팔이 부러진 대원이 실종 5일 만에 살아온 기록이 있다.

한편 연맹은 박 대장 일행의 마지막 교신 내용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에 따르면 박 대장은 약 6300m 지점까지 올랐다가 18일 오후 4시경(현지 시간) 철수를 시작해 한 번에 50m 씩 여러 번 하강했고 두 번 정도의 하강이 남은 지점까지 내려왔다. 마지막 통화 내용에서 대원들은 “다들 건강하다. 죽을 뻔했다”는 등의 농담까지 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직후의 통화에서 “좌우로 눈사태가 심하게 나고 있다. 하강을 끝내고 전진베이스캠프로 이동해야 하는데 이곳을 통과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맹은 이날 다른 등반을 위해 히말라야에 가 있던 유학재 카조리 원정대장(휠라스포트) 등 4명으로 긴급 구조대를 결성했다. 연맹은 이들을 21일 실종 현장으로 보내는 한편 22일 국내에서 결성된 사고대책반을 파견할 계획이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