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소기업의 대량 도산을 초래했던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의 공포가 증시에서 발생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ELS 시장에 무려 24조 원 넘는 자금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 ‘위험한 풍선’ ELS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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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ELS가 투자자들의 자금이 24조 원이나 몰릴 만큼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원금비보장형 ELS는 보통 주가가 일정 범위 안에 있으면 10∼20%대의 수익을 얻지만 이 범위를 벗어나면 기초자산의 주가 하락폭만큼 원금 손실이 난다. 일정 범위만 벗어나면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인 것. 한 전문가는 “증권사들이 판매할 때 주가가 기준가의 5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강조해 멋모르고 가입하는 사례가 많다”며 “ELS는 주가가 하락하지 않는 데 베팅하지만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손실을 보는 ‘미들 리스크’ 상품”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수익률은 10∼20%로 고정돼 있지만 주가가 사전에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면 손실률에는 제한이 없는 ‘비대칭성’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선물옵션 전문가들은 손실위험 대비 이익이 너무 적은 ‘악마의 상품’이란 주장까지 나온다. 한 증권사의 고위 관계자는 “이런 비대칭성과 증권사의 운용능력 등을 고려하면 모든 ELS가 최소 20% 이상의 수익은 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 ‘모르쇠’ 투자는 ‘키코 폭탄’ 될 수도
이번 폭락장에서 개별종목을 활용한 상당수 ELS 상품은 이미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8월부터 코스피가 500포인트가량 폭락하면서 원금손실 한계선(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에 도달한 ELS 잔액이 2조 원 수준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만기일까지 기초자산의 주가가 증권사와 투자자가 사전에 약속한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면 대규모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은행보다 높은 수익률에 이끌려 섣부르게 ELS 투자를 결정하기보다는 기초자산 종목의 등락 추이와 자신의 투자성향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오경 국민은행 이촌PB센터 팀장은 “잠재적인 불안요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 언제든지 지수는 극단적으로 추락할 수 있는 만큼 ELS라 하더라도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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