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미국 대학 채용 행사는 천편일률적입니다. 기업 채용 담당자들이 1년에 한 번 미국의 주요 대학을 방문한 뒤 졸업생들을 위해 학교 근처의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사고 기념품을 줍니다. 학생들과 채용담당자들은 명함을 교환하고 정보를 나누죠. 서로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아무것도 결정되는 것은 없는 약간 어정쩡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현대자동차가 이런 행사에 참석하는 학생들의 입사지원율 통계를 내보니 행사에 참석한 학생 4명 중 1명만이 지원을 했다고 합니다.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대학마다 수십 명분의 저녁을 사는 것 치고는 생산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현대차는 새로운 채용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각 학교를 돌아다니기보다는 서류전형을 통과한 학생들을 한곳으로 불러 주제 발표를 시키는 형식의 1차 면접을 보기로 한 것이죠. 발표 주제는 ‘미래 자동차산업을 위한 새로운 생각’입니다. 주제 발표는 11월 4,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제1회 현대 글로벌 톱 탤런트 포럼’에서 이뤄지고 발표 우수자는 내년 1월 디트로이트에서 개최되는 북미 모터쇼에서 최종 임원 면접을 봅니다. 물론 학생들의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표와 체재비용은 현대차에서 제공합니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왕복 비행기표와 호텔 비용이 각 학교를 돌아다니며 행사를 여는 비용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그냥 저녁 먹으러 왔다 가는 학생들보다 더 자동차와 현대차에 대한 애정이 있는 학생들을 뽑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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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