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잡스’ 글로벌 IT산업의 미래는
IT산업의 역사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잡스의 사후(死後) ‘포스트 잡스’ 시대. 잡스를 잃은 애플이 산업의 흐름을 바꾸는 혁신을 이어갈 수 있을까. 글로벌 IT산업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사라진 시장 개척자…혁신 지연 우려
전자업계에선 잡스의 부재에 따라 IT산업 혁신의 속도가 늦어지고 자칫하면 IT산업 전체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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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추종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IT산업의 혁신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몸집을 키워온 삼성전자도 기로에 섰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TV산업에서 시장 선도자(First Mover)로 올라섰지만 태블릿PC와 스마트폰에서는 잡스처럼 시장을 개척하기에는 아직 한발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애플이 시장을 개척해 준 것이 삼성에도 커다란 기회가 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차피 추종자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면 잡스의 사망이 이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부품업계에는 숨통 계기 전망도
한편으로는 독점적 지위를 향유하고 있는 애플이 막대한 영업이익을 얻을 수 있게 뒷받침해줘야 했던 전 세계 부품업체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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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중심의 생태계가 일단 형성되면 부품 공급업자들은 엄청난 단가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애플이 제조업체로는 경이로운 30%대의 영업이익률을 즐기고 있을 때 아이폰 조립을 맡은 대만 회사 ‘폭스콘’의 영업이익률은 2%대에 그쳤다. 폭스콘 공장에서는 과도한 노동시간과 열악한 환경 때문에 근로자의 자살이 잇따르기도 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헤게모니가 워낙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부품업체들은 애플의 요구대로 단가를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며 “애플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린다면 부품업체의 협상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차세대 OS, ‘클라우드’ 전쟁 치열
‘포스트 잡스’ 시대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운영체제(OS)의 주도권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애플에 대항해 OS를 키워온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PC에서는 OS를 사실상 독점했지만 모바일에서는 애플과 구글에 밀려 힘을 못 썼던 MS로서는 애플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때가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도 최근 MS와 특허 공유를 포함한 포괄적 제휴를 맺어 MS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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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최근 리눅스재단 및 인텔과 손잡고 스마트카까지 적용되는 리눅스 기반의 범용 OS ‘타이젠’을 개발하기로 한 것도 앞으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차세대 OS 시장과 클라우드컴퓨팅을 겨냥한 포석이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