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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車 “이젠 내가 잘나가”

입력 | 2011-10-05 03:00:00

기름값 오르자 중형수요 늘어… “친환경에 승차감 향상 한몫”




박모 씨(36·회사원)는 2005년 봄 기아자동차 ‘프라이드’ 디젤 모델을 구입했다. 2005년은 경유 승용차가 허용된 첫해다. 디젤엔진 차량은 처음이었는데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날씨가 추운 겨울철이 되자 숨이 넘어가는 듯한 거친 엔진 소리가 귀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경유 가격도 계속 올랐다. 별다른 장점이 없다고 느낀 박 씨는 2009년 결국 프라이드를 팔고 가솔린 세단으로 차를 바꿨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는 박 씨와 같은 이유로 디젤 모델을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가 많다. 하지만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최근 경유차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 현대자동차가 최근에 내놓은 중형차 ‘i40’ 예약 현황을 보면 8월과 9월 1.7L 디젤 모델의 계약 비율이 전체의 71.6%로 가솔린 모델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승용 디젤엔진이 적용된 i40 1.7 VGT 모델은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3kg.m이며 연료소비효율은 L당 18.0km에 이른다. 가솔린 2.0 GDi 모델의 최고출력 178마력과 최대토크 21.6kg.m, L당 13.1km인 연비와 비교하면 최고출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최대토크와 연비는 월등하다. 가격은 디젤 모델이 오히려 100여만 원 더 비싸다. 현대차 관계자는 “디젤 모델이 친환경적이면서도 효율성과 정숙성 등이 전반적으로 좋아져 소비자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디젤 바람은 수입차 업체들이 다양한 모델을 들여온 영향도 크다. 폭스바겐코리아와 BMW코리아를 필두로 유럽 업체들이 연비 좋은 디젤 모델을 선보이면서 올해 1∼8월 전체 수입차의 디젤 비중이 34%까지 올라섰다. 특히 BMW코리아의 ‘520d’와 대부분의 모델에 디젤 모델을 적용하는 폭스바겐코리아의 ‘골프’ 등은 디젤 모델의 대명사가 됐다. 2005년 반짝 인기를 모았던 현대차 ‘엑센트’와 기아차 프라이드(구형)의 디젤 비율은 2009년까지 떨어지다 지난해부터 다시 상승세다.

다른 국산 디젤 승용차 출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4일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한 현대차 ‘i30’는 최고출력 126마력의 1.6 디젤엔진을 달았고 한국GM은 유럽 수출용인 ‘아베오’의 1.3L 디젤 모델을 국내에도 내놓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역시 최근 선보인 기아차 신형 ‘프라이드’는 변속기 문제로 디젤 모델이 아직은 없지만 기아차 측은 소비자 요구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2000년대 중반 반짝 인기를 모았던 승용 디젤 모델은 시끄러운 엔진 소리와 계속 오르는 경유 가격으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i40와 i30 등 신차의 디젤 모델 출시가 늘면서 효율성이 높은 디젤의 판매가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전기차보다는 디젤과 하이브리드가 친환경 차량 트렌드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5개국 승용차 시장의 디젤 비중은 약 55%에 이른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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