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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칼럼]덩샤오핑 후예들의 ‘차이나 브랜드’ 갈망

입력 | 2011-10-02 20:00:00


 황호택 논설실장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광장 남쪽 마오쩌둥(毛澤東)주석기념당에는 마오의 미라가 수정관 속에 들어 있다. 평일 아침인데도 톈안먼 광장에 마오를 참배하려는 배례객(拜禮客)이 긴 줄을 짓고 있었다. 베이징에 처음 와본다는 항저우(杭州)의 의과대학생은 ‘한 시간 넘게 기다려 마오의 미라를 꼭 봐야 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분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신(神)”이라고 대답했다. 중국에서는 마오, 베트남에선 호찌민, 북한에선 김일성이라는 ‘인간 신’이 수도의 한복판에 미라로 누워 참배객을 맞는다. 후대 집권세력의 통치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용도일 것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은 문화혁명 기간 마오 밑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사인방을 숙청하면서도 마오에 대해서는 “과(過)보다 공(功)이 크다”는 평가와 함께 격하운동을 벌이지 않았다. 마오는 수천만 명이 굶어 죽은 인민대약진 운동과 중국을 10년 동란으로 내몬 문화혁명 같은 엉터리 짓을 저질렀다. 하지만 그를 전면 부정함으로써 중화인민공화국의 뿌리가 흔들리게 되는 사태를 덩은 두려워했을 것이다.

칭다오(靑島)의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중국인 여성은 “과거에는 마오의 공이 70%, 과가 30%라고 가르쳤지만 요즘 민간에서는 그 숫자가 거꾸로 돼가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을 경유해 마오를 비판하는 서적이 밀려들어 오고, 인터넷을 통해 중국인이 잘 모르던 마오의 과오가 소상히 알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하청공장 탈피 몸부림

이명박 대통령과 중국 리창춘(李長春) 상무위원의 합의로 시작된 한중 고위 언론인포럼 제3차 회의가 최근 칭다오와 베이징에서 열려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 황융(黃泳) 신화통신사 국제부 부주임은 “한국 언론이 서방의 보도를 그대로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면서 “미국은 항공모함이 11척인데 중국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항공모함 한 척을 고철로 수입해 리모델링하고 있다. 한국의 세종대왕함 같은 이지스함도 없다. 그런데도 한국과 서방 언론이 군사대국주의라고 비난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칭다오 도심에 ‘發展是硬道理’(발전만이 반드시 걸어야 할 길이다)라는 어록과 함께 덩의 대형 전신화(全身畵)가 서 있다. 상하이(上海)에서 온 한 언론인은 ‘마오와 덩 중에서 누구를 더 존경하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덩”이라면서 “오늘의 중국은 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에서는 왕천(王晨)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임(主任·장관급)의 초청으로 147년 전통을 자랑하는 요릿집에서 오리구이를 맛보았다. 왕 주임은 식사시간 내내 차이나 브랜드 이야기만 했다. 그는 중국 고유의 브랜드를 만들지 않고서는 경제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투자한 대만 기업 폭스콘(富士康·foxconn)이 미국에서 499달러에 팔리는 아이폰을 조립해주고 받는 돈은 대당 17달러. 여기서 폭스콘이 4달러를 떼고, 아이폰 껍데기를 만들고 인력을 제공하는 중국에 13달러를 지급한다. 폭스콘 공장에서 일하는 중국 근로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하고 월 3000위안 정도의 낮은 임금을 받는다.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고 자살자도 10여 명이 생겼다. 왕 주임은 갤럭시2를 꺼내 보여주며 삼성이 자체 브랜드로 애플과 경쟁하는 것을 보면 대단한 회사라고 부러워했다.

중국의 대도시는 세계 자동차의 전시장이다. 왕 주임은 자체 자동차 브랜드를 개발하기 위해 외국 회사들에 공장 설립을 허용했으나 시장만 내어준 꼴이 됐다고 한탄했다. 현대차 폴크스바겐 아우디 벤츠 GM 도요타 혼다가 중국 현지생산을 한다. 최근 중국은 스웨덴의 볼보를 인수했다. 중국 브랜드의 고급 차를 개발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는 이탈리아 명품 넥타이도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한다면서 중국이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야만 세계 최대의 개발도상국을 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명품관광 나간 5700만 명

왕 주임은 중국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운을 뗀 뒤 작년 중국에 온 외국인 관광객이 5600만 명인데 중국인 관광 목적 출국자가 5700만 명으로 사상 처음 역전(逆轉) 현상이 나타났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과거에 중국인이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명품점에 가면 일본인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중국어를 하는 직원이 ‘중국서 왔군요’라고 인사를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외제 사치품을 좋아하는 허영심을 거론했으나 비난하지는 않았다.

필자가 ‘중국이 1978년에 개혁개방을 했는데 중국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10년만 빨랐더라면 우리가 따라잡혔을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그는 “두 나라 경제는 서로 보완하며 윈윈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우리가 중국의 고속성장에 두려움만 가질 일은 아니다. 중국을 배후 수출시장으로 활용하고,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인프라 갖추기에 공력을 들인다면 우리가 얻는 득도 클 것이다.

황호택 논설실장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