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대한변사회장 전 과학기술처 장관
캐나다서 줄기세포 특허 획득
2005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세계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선두를 달렸다. 바이오산업은 정보기술(IT)의 뒤를 잇는 국가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황우석 박사 파문이 일며 관련 연구는 물론이고 산업 자체가 외면되면서 줄기세포 불안증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스위스는 주변 유럽 열강들 사이에서 바이오산업과 제약산업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힘을 키울 수 있었다. 중국과 일본의 강국 사이에 위치한 우리도 스위스의 국가산업 전략을 참고해야 하지 않을까.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는 전체 매출액의 최고 30%를 연구개발, 특허에 투입하면서 성장 잠재력을 키웠다.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발굴 생산하면서 부도 직전의 상태에서 주체 못할 정도의 돈방석에 앉는 경영 혁신이 가능했다. 우리나라 제약기업의 약가 인하 또한 연구개발비 삭감으로 이어져 성장 잠재력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국가적 연구 풍토가 유럽의 작은 나라 스위스를 세계 제일의 제약업계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이 같은 국가적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역할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기획·관리부서, 기업은 생산·영업부서, 대학은 중앙연구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특허 개발로 이공계 석·박사 학위를 주면 제2, 제3의 줄기세포 원천특허와 관련 특허가 줄줄이 나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학은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운영 관행에서 벗어나 특허료와 기술료 수입만으로도 대학 경영이 가능할 뿐 아니라 명실상부한 국가중앙연구소가 될 것이다.
바이오강국 잠재력 확인해줘
기본적으로 황우석 박사의 캐나다 원천특허 획득 소식은 우리 국민의 연구개발 잠재력을 확인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실패를 감수하고 격려하는 창조적 도전만이 바이오산업과 제약산업의 지식강국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된 셈이다. 오늘 필자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레미제라블’의 교훈을 되새겨 본다. 인간은 신처럼 완벽하지 않은 미완성의 존재다. 우리 사회는 연구로 속죄하고 싶다는 황우석 박사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줘야 하는지, 죄인의 낙인을 거두지 말아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