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해저 4700m, 은괴 240t 찾았다”
영국 화물선 게어소파호의 선미 갑판 위에서 발견된 나침반. 이 배에 실려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은의 현재 가치는 2억4000만 달러(약 2818억 원)다. AFP 연합뉴스
미국 오디세이 마린 해양탐사회사에 따르면 길이 125m의 게어소파호는 아일랜드 서남쪽 해안에서 480km 떨어진 북대서양 해저 4700m에 침몰해 있다. 1912년 빙산과 충돌해 침몰한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보다 879m 더 깊은 바닷속에 있다. BBC와 뉴욕타임스는 게어소파호의 화물이 인양되면 ‘역사상 가장 깊은 곳에서 진행되는 인양 작업’이라는 기록을 갖게 된다고 26일 보도했다.
1940년 12월 차, 철, 은을 가득 싣고 인도 콜카타를 출발한 ‘영국인도기선항해사’ 소속 게어소파호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영국 해군 호위함들과 합류해 영국 리버풀로 향했다. 그러나 악천후 때문에 연료가 떨어져 가자 아일랜드 골웨이로 방향을 돌렸고, 때마침 독일 잠수함 U보트에 발견돼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
차가운 수온과 깊이 때문에 그동안 발굴 작업에 엄두도 내지 못해 오던 영국 정부는 해저 탐사로봇 등 해양 기술의 비약적 발달을 등에 업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수색 작업에 나섰다. 영국 교통부는 지난해 초 오디세이사와 단독 계약을 맺고 탐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1년이 넘은 올여름 배의 위치 등에 대한 단서를 찾은 뒤 이달 초 탐사선 오디세이 익스플로러호와 탐사로봇을 투입해 암흑 같은 심해 속에서 마침내 어뢰를 맞아 구멍이 뚫린 화물선을 찾아냈다.
영국 정부와의 계약에 따라 2억4000만 달러(약 2818억 원)에 상당한 은의 80%는 오디세이사가 갖는다. 마크 고든 오디세이 사장은 “화물선의 은괴에는 2.5%의 금이 포함돼 있어 보너스가 됐다”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