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딘 IBM 중동아프리카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 세계 정보기술(IT) 종사자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딘은 1981년 IBM의 PC5150 개발의 주역으로 IBM PC 관련 특허의 3분의 1을 갖고 있는 전설적인 개발자이다. 그런 딘이 PC의 종말을 선언한 것이다.
딘은 “내가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겠지만 IBM이 2005년 PC사업부를 레노보에 매각하고 PC사업을 떠난 것은 무척 현명한 결정이었다”며 “당시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지만 IBM이 포스트 PC시대의 선구자라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태블릿PC, 스마트폰이 데스크톱과 노트북으로 대표되는 PC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PC의 종언(終焉)’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PC업체인 HP가 PC사업부문 분사를 발표하는 등 PC산업도 지각변동을 맞고 있다.
○ 발전의 동력 ‘표준화’ 덫에 갇히다
개인용 컴퓨터는 1970년대부터 여러 회사가 각자의 모델을 내놓고 경쟁하고 있었다. 하지만 IBM PC가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평정한 것은 이 제품을 중심으로 ‘표준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IBM PC를 중심으로 하드웨어는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로,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OS)로 표준화됐다. 1980, 90년대까지 PC는 기업 생산성을 높이는 게 주목적이었기 때문에 표준화가 중요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1000달러(약 110만 원) 이하 노트북이 줄줄이 출시되면서 PC시장이 기업에서 소비자 주도로 바뀌었다. 2008년 PC의 일반 소비자 비중이 기업 고객 비중을 넘어섰다.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고, 자신이 원하는 개인적인 미디어를 소비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기업 중심으로 ‘표준화된’ PC는 이런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 ‘울트라북’과 ‘윈도8’의 변신 성공할까
PC의 종말을 말하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많다. PC업체들이 시대 변화에 맞춰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회사 인텔이 발표한 ‘울트라북’은 태블릿PC보다 진화한 미래형 노트북으로 내놓은 비장의 무기이다. 인텔은 내년 노트북PC 시장의 40%를 울트라북이 차지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울트라북은 두께를 18mm 이하로 얇게 했고 값은 1000달러 미만으로 낮췄다. 태블릿PC처럼 디스플레이를 회전시켜 터치스크린으로 쓸 수도 있다. 평소에는 최대한 전력 소비를 줄이고 3차원(3D) 그래픽처럼 높은 성능이 요구될 때 터보 기능을 발휘하게 해 배터리 소모량도 줄였다. 도시바 등 제조사들이 올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울트라북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MS 윈도8은 태블릿PC 등 소비자 시장에 침투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화면의 아이콘 모양은 태블릿PC와 비슷한 사각박스 형태의 타일 모양으로 바꾸었고 부팅 시간도 8초로 줄여 스마트폰의 부팅 속도를 거의 따라잡았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