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있잖아요’ 공공 프로젝트-佛 장미셸 오토니엘 ‘마이 웨이’전
서울 청계광장에 설치된 양수인 작가의 작품 ‘있잖아요’는 미술과 대중의 소통을 지향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안에 들어가 10초 동안 하고싶은 말을 하고 나오면 그 이야기가 녹음돼 광장으로 퍼져 나간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상처를 어루만지는 치유와 위안을 주제로 작업하는 프랑스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마이 웨이’전에 선보인 ‘소원을 비는 벽’. 인을 칠한 벽에 관객이 성냥을 그으며 소망을 기원하는 공간으로 전시를 마치면 거대한 드로잉이 완성된다. 플라토 제공
이곳에서 세상을 향해 속마음을 털어놓은 뒤 미술관에서 또 다른 소통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서울 중구 태평로 ‘플라토’(삼성생명빌딩 1층)에서 11월 27일까지 열리는 프랑스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47)의 ‘마이 웨이’전에는 ‘소원을 비는 벽’이 등장했다. 인을 칠한 대형 벽면에 관객이 성냥개비를 긁어 불을 붙이고 소원을 빌도록 만들었다.
20대 시절 카셀 도큐멘타에 초대작가로 참여해 주목받은 오토니엘의 ‘마이 웨이’전은 3월에 열린 퐁피두센터 전시에 이은 세계 순회전의 하나다. 사제의 길을 소망하던 남성을 사랑했으나 연인의 비극적 죽음으로 인해 예술가의 운명을 받아들인 작가. 상실과 소멸을 애도하는 그의 작업은 자전적 체험과 상처를 진솔하게 드러내면서 관객과의 거리감을 무너뜨린다.
‘소원을 비는 벽’에선 관객이 소원을 빌며 표면에 남긴 ‘상처’의 흔적이 모여 기념비적 드로잉이 탄생한다, 거대한 유리 주판같이 보이는 ‘행복의 일기’는 그날 하루가 행복한지 불행한지에 따라 구슬을 옮겨보는 독특한 설치작품이다. 동성애자 운동을 위해 기획한 ‘상처-목걸이’는 목걸이 1000개를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착용한 모습을 담은 프로젝트다.
유황 밀랍 인 유리 등 변형하는 성질을 지닌 재료를 사용한 그의 작품엔 아름다움과 기괴함이 뒤섞여 있다. 상처를 보듬는 ‘치유’의 여정으로 작가는 마법과 환상의 세계를 창조한 것이다. 3000∼5000원. 1577-7595
○ 당신의 마음을 말해 봐
소설가 김연수 씨는 이번 전시의 주제인 ‘소통’을 주제로 쓴 글에서 ‘상대방에게 가 닿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얘기하는 행위 자체가 중요할 때가 있다’고 술회한다. 막힘없는 소통이 아니라 그저 말하는 행위, 듣는 행위에도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있잖아요’ 프로젝트가 꿈꾸는 목표는 김 씨의 글 제목처럼 단순하다.
‘그저 말할 수만 있다면, 귀를 기울일 수만 있다면.’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